누군가와의 만남을 위해 특정 생소한 장소에서 선택했던 적 없는 메뉴를 고르며 말로는 재밌는 시간 보내보자고 말하면서도, 거울을 보지 않아도 굳은 내 얼굴이 느껴진다.
내가 공들여 나를 손보고, 눈썹 한 가닥 정리하고 확인하기를 수십 번째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내 내 긴장감의 반영이 된듯이 초조함이 올라온다. 나는 여기에 왜 와있나? 그건 만의하나의 기대감때문인 것 같다.
내가 선택한 그 사람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기보다,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서 혹시나 찾게될지도 모르는 특별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리가 더 신경쓰이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있는 게 싫지는 않다. 다만 점수를 평균내듯이. 마음은 굳게 왔지만 꾸미는 데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가 다 내보인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신경쓰임으로 한시간이나 남은 지금 이미 눈에서 피로감이 올라오고 얼굴이 시큰둥한 것 처럼 내려앉았는데 대화가 잘 될까 모르겠다.
뭐 하나 과할까봐 카페인을 뺀 모카라떼를 빈 시간에 주문했다. 초코라떼도 아닌 일종의 다크라떼같은 메뉴로 꼭 내 기분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마냥 달지도 쓰지도 않고 카페인 과다로 두근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자중하는 맛이랄까.
이 만남으로 말하자면 1년여 전부터 계획 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가지 않겠다는 그 축하연 참석에 고민을 계속하다가 결국엔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전제로, 나와 처음 마주하게 된 어떤 사람에게서 우연히 지인간의 사이로 착석을 같이하게 되었고, 나이를 얘기하다가 또 그 지인과 연이 닿아 통화하고 연락처를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만약 그날 잡힌 일을 그냥 진행했다면? 식사 테이블을 옆쪽으로 잡았다면? 내가 작년처럼 소개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여러 요소들이 많은데 그걸 다 뚫고 결국에 오늘의 이벤트가 발생됐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딱 봐도 마음에 걸리는 사진이었다면 가보죠 뭐!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겠지. 다만 그 엔딩이 내가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보다 짧을수도 있겠지만. 결과보단 과정이라는 게 이런데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1주일이라는 시간이 많은 가르침을 줄 것 같다. 희망적인 부분은 한주간에 하나도 느끼지 못했지만 내게 쓸거리가 생긴다는 건 나의 삶의 증거물로써 함께 부유하는 거니까.
아마도 15년만에 갱신되는 이야기일까 싶다. 그 사이에 나도 많이 변했고, 공적 자리에서의 사적 만남 또한 가져본 바 있으면서도 이렇게 온전히 사적인 자리에서 공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에 나의 반응과 질문의 서툶이 어떻게 발산될까 궁금하다. 그래서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오늘 이 의자에 무심하게 앉아있는 것 같다. 원초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게 궁금하다.
대화 상대를 기다리는 1시간 중에 약 20분정도가 지났다. 이 스스로와의 대화가 그 시간을 구성한다. 머리가 묵직해져 온다. 화면에 흐리게 비친 내 눈은 반쯤 감겨있다. 입꼬리는 내려가 있다. 기다림의 지침인가? 뜨는 시간을 잘 보내려 하는 나의 작은 움직임이 이 타이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30분이 남았다. 먼저 와 있다고 연락을 해야할까.
이 곳은 대형 카페로, 막상 느껴보니 주차장 넓은 것 말고는 평범하다. 주차하긴 편한데 접근성이 좋지는 않다. 지나쳐본 길은 맞는데 이런 가게가 있는 줄 몰랐다. 이렇게 지나치는 인연도 참 많지 않았을까? 물론 기다려왔던 찾고있던 그런 장소는 아닌 것처럼, 지나친 그 인연들 모두 내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겠지만. 마주했다면 서로 얼마나 배움의 시간이 되었을까싶네.
오늘 하루는 평범한 인사같은 하루일수도 있지만 마음의 무장이 다른 영역이라 차별성이 큰 미지와의 조우라는 영화제목같은 하루기도 하다. 만남의 진폭도 커서 아예 볼일 없을지도 모르고 또 볼 날 있을지도 모르겠지. 멀리서 수상한 빨간 모닝이 주차를 한다. 타이밍이, 웬 여자 한명이긴 한데. 앞머리를 돌돌이 한 사람. 지난 사진에서 와인 상의처럼 붉은빛으로 이어진 그사람인가? 천천히 오시라고는 했는데. 아무튼 내가 홀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성의 눈을 잘 뜨고있기를. 정말 다행인 건 그 사람은 다른 남자와 같이 온 사람이다. 발걸음의 느낌이나 옷차림이 내 타입이 아니라서 걱정이 됐는데 아니라니 다행이다. 근데 이런식으로 따지면 나는 조준경을 대고 저격수처럼 대기하고 있는 건데 보자마자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
그 사람과 두시간 반을 이야기 했다. 결론은 좋은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서는 서로의 삶의 방향 상 어려울 수 있겠더라는 거다. 인격적으로 성숙했고 응원을 아끼지 않을 사람이었다. 적어도 서로의 시간을 의미있게 성장시킨 소중한 만남이 된 것 같다. 우리들을 떠올린 그 중매자가 왜 그랬던건지도 간접등으로 비추듯 알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