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에 중간다리가 돼 주겠다던 사람과의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태도에서 연을 지속할 동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쁜 사람을 소개해준 것은 아니었기에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이야기 잘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애써 다리놔준 그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며 감사인사를 남겼다 "덕분에 재밌는 시간 보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 거기에 돌아온 대답은 "좋게본 건 아니구, 좋은 기회였으면 다행입니다" 였다. 몇년을 고민해도 내가 꺼낼 수 없을것만 같은 대답이었다. 그리고는 잘못든 길이라는 우려감이 서서히 퍼졌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한 행동이 있었는지를 점검하고 타인의 시선에서도 판단해보고, 언어적 태도적인 부분을 점검하고, 마지막으로는 상대의 본래적인 부분인건지 아니면 고의적인 부분이 있는건지 파악하고 최대한 이해하려 했다. 첫번째 진단은 이 사람의 약점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해 해 줄 요소가 있는 게 아닐까였다. 몇번의 이어진 대화에서 "궁금하기도 하지만 묻어두는 걸로- 어련히 잘 하셨으리라-"는 표현에서 국어가 서툰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나와 지인을 공유할 뿐 굳이 연결 돼야 할 이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굳이 중간다리를 자처하면서 나를 본인의 지인에게 소개해 무엇을 얻으려 했던건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딱히 나를 좋게 보는것도 아니라고 몇번이나 각인시키면서도, 그 고마웠다던 지인과 연결 시키려는 시도는 모순적인 행동으로 보였다.
나의 마지막 인사는 '주 단위' 인사라기보다는 '평생의 단위'로 표현한 인사였기에 그 서툰 표현 안에서 해석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굳이 파악해내는 것을 보면서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네' 라고 대답만 하면 얼룩 하나 뭍이지 않고 정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건데 마무리 인사가 뭐 그러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의도파악은 더이상 되지 않는다고 보고 곧 다가올 계절인사나 미래 안부인사로 점을 찍었다. 거기엔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 대화했던 그 날로 돌아가 이 사람의 표현들을 되짚어 보면 다른사람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이모티콘의 사용 빈도, 표현의 풍부함, 호흡의 크기, 응원의 속도 등 너무 다른점이 많았다. 그런면에서 원래 좀 아팠던걸까? 의심하기도 했다. 별 기대를 공유하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언제 생겼는지 모를 기대 때문에 그 이하의 감정 상태로 아파진 것은 오히려 나였다.
내 기분이 왜 그럴까 생각해 봤다. 그 사람의 마지막 텍스트가 기대와 달라서? 그게 그렇게 내게 의미있는 피드백인가? 내가 딴데 관심이 생겼던 걸까? 훈수같아서 맘에 안들었나? 나를 좋은사람으로 봤든 아니었든 시점 두 곳 사이에 생긴 짧은 영상 한편에서 일어난 사사로운 사건인데. del 키 하나로 일상에서 편집돼도 별다른 역사의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그런 표현 하나에 얼굴을 붉힌다고? 그러다 그 날의 나를 돌아봤다. 돌아본 나 자신은 내가 소중히 하는 모습이었다는걸 깨달았다. 나름 소중한 사람들 사이에, 존중하는 마음으로, 시간 내 준비한 모습으로 시간을 남겨주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고 분주한, 부족함 속에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평을 들어도 아깝지 않을만큼 행동했다는 믿음이 있었나보다. 오히려 편견없이 다른 사람까지 믿고 따라준 나의 티없는 선택이 스스로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자기 반성의 기운으로 나를 혼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번에도 작은 배움이 있었다. 급한 마음에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연결다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믿어서는 안되겠다는 점, 소중한 존재 틈사이에 있다고 진주는 아닐 수 있단 점. 그리고 화가 나거든 타인의 텍스트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향하고 있는 반대 방향 또는 나 자신 일 수도 있는 그 대상을 확인하라고. 내게 얼마나 소중한 영역이었는지 확인해서 이 부분을 일으켜 주라고.
이번 '연결다리'라는 사건에서 역시 이유없이 좋은 사람은 없는건가 싶으면서도 그와 별개로 '우연히 좋은 사람이 됐던 사람을 잠깐 마주 할 수 있음도 선물같은 시간이었다'고 자기 위로를 해본다. 그 사람이 나를 '좋게 보는건 아닌'것 처럼 나도 그 사람을 잠깐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한 편견을 인정하면서 마무리 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남을 감사히 여기는 동안, 나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뻔 한 거다. 하마터면 친구가 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