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잔에 시럽 한 번

by 디카라떼

이야기를 써내는 데 좀 더 즐거워보겠다고 비싼 키보드를 구매했다. 생각보다는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았는데 마침 또 불량이라고 반품하게 되었다. 키보드라도 바꾸면 내 방에서도 뭔가 글이 써질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오늘도 바깥으로 나왔다. 맛보지 못한 새로운 향의 커피 한잔을 시키고, 시럽을 잔뜩 넣어서 늘 먹던 맛으로 만들어버렸다. 새로움을 시행해 보다가도 돌아보면 원래의 내 모습처럼, 변화를 만드는 건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내가 앉은 자리는 춥다. 이 공간에서 혼자 앉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 더 그렇지만, 눈 앞에 거미 한마리가 거미줄 위에 걸려서는 평안히 있는 모습을 보니 동질감도 든다. 하지만 거미도 외로움을 알까? 집순이인 저 친구는 심심하지도 않은가 모르겠다 무슨 재미로 저 삶을 살고 있을까.

주변에는 막 수업을 끝내고 온 초등학생 무리가 장난들을 친다. 이 아이들은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어보고도 싶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아있는 것 자체가 무엇인지 아직 인지하고 있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하는것 마다 재미있을 때일까?

몇 주를 쉬면서 어느때보다 많이 혼자 지내보고, 할 것을 쥐어 짜내는 데 힘을 많이 들였다. 하고싶은 것도 바쁠 때 이야기라는 것을 좀 느끼게 된 것 같다. 막상 여유가 생기면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통 모르게 되더라. 도전하고 싶었던 것도 막상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수동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 원래의 나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제는 노는것도 재미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만 했다. 쉬는 법도 잊었는지 쉬면서도 잘 쉬는건가 확인하게 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걱정하고 있는게 지금의 삶일까.

아직 거미가 그 자리에 있다. 내가 저 거미라면, 지금 왜 먹이를 못잡고 있는가 수시로 걱정하며 기다리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미는 그냥 기다린다. 마냥 쉬면서 무념무상처럼 편안하고 은밀하게 쉰다. 바람과 비를 타면서 무너지면 또 다시. 오늘은 저 거미의 쉼을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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