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시차

by 디카라떼

엊그제는 하루의 끝에 눈이 내리는 걸 보았다. 나는 서글픈 내 감정을 붙잡기 위해 캐논을 듣고 있었다.

눈과 귀 그리고 그 밤의 찬 바람이 합주가 되어

나를 그 날의 주인공이 되게 했고, 사연 있는 사람으로 세워주었다.


내가 감정이라는 선물과 사연있는 사람으로 서 나가는 그 과정에서, 나만 누리는 것이 될까봐

나의 다음 세대를 늘 기대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시점을 달리 해본다.

나의 선조 나의 윗 세대들의 감정의 전이, 뼈 깊이 남은 우리 세대의 서려있는 마음의 유산들을 기억해본다

그래서 유난히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나의 할아버지의 삶으로 하루를 살아가 본다.

내가 첫눈의 합주를 본 그날의 감정은 그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그분의 삶 하루의 감정이 만들어지고 다음 세대가 되고,

그 힘에 이끌려 또 내가 태어나게 될텐데

그 하루를 버텨내는데 어떤 감정에너지가 들었고

어떤 기대로 이겨냈을까.


전쟁, 그게 삶의 변주가 되었고, 그 변동성으로 태어난 것이 오늘의 나였지만,

만약 변하지 않는 안전한 삶속에서 그 흐름 그대로 자연적으로 삶을 영위했다면

어떤 오늘의 나, 혹은 내가 아닌 다른 오늘의 내 존재로서 후대가 만들어졌을까 싶다.


그가 겪은 삶의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고통을 나 또한 같이 안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납득하지 못하는 그 억울함을 함께 지고

결국에 태어날 나에게 전하는 여러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오늘의 내가 수많은 수단을 이용해서 나의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의 내 첫눈은 어떤 느낌인지 전해줄 수 있다만,

그날의 나의 조부모의 칼바람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나에게 전달할 수단이 없구나.


글로도 목소리로도 남겨지지 않는. 그저 초상화 한점만 남은 나의 할아버지의

그 에리는 겨울의 바람을 겪어볼 수 있다면

단 하루만,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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