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입증이 불완전 하더라도

by 디카라떼

어제는 잠을 뒤척였다. 일부러 침대를 시원하게 해 놨는데도 일찍 잠들지 못했다.

뭔가 다 입지 않은 옷처럼 불편한 마음이 있는듯이 자꾸 일어나서 화장실이나 오가다가 잠들었다.

쉬는 날이었지만 기상부터 몸이 늘어졌다. 잠이 쉽게 깨지 않는다.

새로 산 카메라를 괜히 만져본다. 식욕은 없다. 그래서 씨리얼 약간 먹고 다시 눕는다.

한시간 후 또 깨고서는 뒤척이며 쇼스타코비치 왈츠를 듣는다.

왠지 서글픈 모습의 나와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방 안의 내 모습은 쉼이 아니라 처지고 뒤척이는 모습이 많다.

나가야 한다고 느꼈다. 근데 나가는 것도 귀찮아졌다. 누굴 만나기 위한것도 아니고

차량 불량 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걸 입증하는데 피로감이 꽤 들기 때문에,

애당초 오늘 하루에 대한 처짐이 덧씌워진건 아닐까도 생각이 든다.


입증해야만 하는 하루. 그에 대한 편치 않은 마음을 그려본다.

내 상황과 상태와 나의 완성됨과 기대함에 대한 입증들.

그건 누군가 기대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나 자신에 대한 한편의 불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가 나 있는 그대로 두번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아니라,

나는 누구며 어떤 상태인지 보여줘야 하고 비교우위로서 존재했을 때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비교대상에서 떨어짐을 입증할 이유는 없으니까.


내가 피곤했던 이유는 왜일까. 내가 그 입증 우위에 있고 해결의 확신이 있고,

나의 상위권을 확신했다면 이런 피로감에 휩싸였을까.

이전에 얘기했던 용기에 대한 끄집어 올림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그 차원을 좀 더 높여, 받아들임까지 감수해야 하는 날이다.


결과에 대한 받아들임. 자기납득의 상태, 내가 해결해야 했던 오늘의 과제는

확인자의 '몇배를 확인해서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너무 확실한 과실이었기에 입증에서 이긴 결과로 돌아왔다.

근데 왜 기쁘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그건 나의 중요한 부분에서의

승리나 성취가 아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근데 근래 깊이있게 나에게 상기시키는 메시지가 있다면

나의 성취가 의미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부분이라도

성취 자체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중요한것만이 성취일수는 없고, 주변의 성취가 쌓여서 중요한 것에 오르는 것일수도 있고,

주변을 배회하는 성취 가운데 중요한 성취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거다.

항상 중요한것만 좇는 태도는 정말 중요할 때를 놓치게 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품질을 따지는 입증가운데 있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능의 상태를 파악하게 되기도 하는거다.

나의 하루들도 그렇다. 늘어지는 하루를 완성된것 같지 않은 서글픔으로 보내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작은 성취 하나 찾아내는 것. 그리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있어야겠다.


나의 뒤척임 속에는 내심 성취되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한 거부감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그냥, 완벽하지 않은 삶에서 완벽하지 않은 하루의 한장을 마주했다는

당연한 연결고리로 해석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방금 빨고 말린 옷들도 구김이 있는것처럼, 아무리 깨끗이 빨았다고 해도

구김살 없는 인생이 있겠나.

더 강하게 빨아 낼수록 구김이 더해 갈지도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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