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낙서

by 디카라떼

쉼이란 것은 비움일까 채움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쉼을 갖는다는 게,

작은 페이지 위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만 같아서

굳이 펜을 들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오늘이라는 한장 뿐인 용지 위에

글이니 그림이니 하며 마냥 선을 그어본다.


잘 그린 그림은 아닐지 몰라도 나의 그림으로 인해

비로소 여백이 만들어졌다.

종이는 아무 흔적 없는 '재질'의 삶에서

의미를 가진 낙서의 장이 되었다.


공백이라는 깨끗함이

내겐 휴식이 되지 못하고

때때로 멎음이 되어 버리는 것만 같다.

나는 삶이 아이들의 낙서처럼

순수한 선의 연장선임을 느끼면서도

흐트러진 생명이냐

숨멎은 성숙이냐를 따지며

선택 자체에서 멈칫거리고 있었나 보다.


쉼은 비우고 채우는 모든 과정이지만

무엇보다 의미를 찾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자기 내려 놓음인지도 모르겠다.

정체되어 순백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나를 채색하다 흑색이 되더라도

거기서 나의 그림자를 찾아 내는 놀이의 장.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보다도

무엇을 하든 거기에 내가 있다고

못 그리다 못해 낙서가 되어도 좋다고

그런 진솔한 나를 만나는

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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