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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o Aug 03. 2020

영화 <퍼스트 맨>

2018년 10월 24일 관람 후 작성한 글입니다.

퍼스트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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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맨, 최초의 인간. 데미언 셔젤의 신작 [퍼스트 맨]에서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을 가리키는 말. ‘최초’라는 수식어에 인간은 참 쉽게 매료되고, 감독은 인류의 그런 비합리성을 지독히도 건조하게 보여줬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아주 비현실적이었다. 달에 석유가 묻혀있는 것도 아닌데, 60년대의 미소 양국은 천문학적 비용과 그보다 훨씬 소중한 목숨들을 감수해가며 달 탐험에 열을 올렸다. 영화는 JFK의 'Moon Speech'를 그대로 인용한다.

"누군가는 ’왜 달이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또한 물을 것입니다. ’왜 가장 높은 산을 오릅니까?‘ 하고요. 우리는 달에 가기로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뜸 같은 말을 한다면? 자유한국당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동안 나는 우주 탐사의 역사를 낭만적으로 보아왔다. 위의 이야기처럼 우주 개발은 자본의 논리에서 일탈한 행위였기 때문에, 그리고 직전의 세계 2차 대전의 역사가 워낙 살벌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핵으로 한 도시를 날려 버리던 미국과 소련이 달 탐사로 대리전을 치른다고 하니, 왠지 치기어린 소년들이 한 소녀를 사이에 두고 ‘별을 따다 줄게’, ‘아니, 나는 달을 따다 줄 테다’ 하는 장면이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 달에 인간을 보낸다는, 공동의 목표를 전 세계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켜본다는 것도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그 시절만의 낭만일 테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로맨티시즘을 거의 제거하고, 메마른 시선으로 그 시절을 돌이킨다. 빛나는 성취 대신, 대중의 고대 속에 하나 둘 희생되는 파일럿들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해 말했다. 이 모든 희생의 보상이었던, ‘퍼스트 맨’의 타이틀을 거머쥔 닐 암스트롱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역시 맹목적이었던 지난날들을 뒤로하고 그동안 입어온 상처를 처음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셔젤 선생님 매번 이렇게 마음 한 구석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영화를 잘도 만들어 내시고, 라이언 고슬링의 처연한 이목구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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