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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독가의 서재 Feb 16. 2023

에코백, 내겐 사치

착한 소비는 없다.

비건지향은 비단 음식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쓰는 물건, 자연과 동물을 대하는 태도 등 삶의 관점과 방향까지 조금씩 달라지게 한다. 예를 들면 미니멀라이프를 애써 추구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물건을 끝까지 제대로 쓰고, 새로 구입할 물건에 대해서도 끝까지 쓸 것을 생각하면 함부로 구매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건 구매가 신중해지고 한번 구매한 물건들은 끝까지 쓴다 생각하면 아무 물건이나 살 수 없어진다. 특가, 1+1 등 이런 유혹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내가 사고 싶은 물건, 끝까지 옆에 두고 싶은 물건인지 저절로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건지향을 하면서 무색의 내 삶이 기호가 있는 삶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최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착한 소비' 라는 표현이다.  

착한 소비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지는 않았는지, 안정성 확인을 위해 동물 실험을 하지는 않았는
지 확인하여 해당 사항이 없는 제품을 소비하는 일.

소비는 내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돈으로 재화나 용역을 소비하는 일이다. 여기에 착한을 붙였다. 소비는 막을 수 없으니 대신 환경을 해치지 않는, 타인을 돕는 소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소비  등으로 ‘착한’이라는 가치를 소비에 붙여 이제는 트렌드가 되었다. 기업들은 앞다퉈 자신들의 제품을 착한 소비 라 광고하고 슬로건을 내건다. 최근 기후위기 등으로 환경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주로 친환경 제품, 공정무역 제품, 동물보호 등을 하는 제품들이 더욱 여세를 몰며 광고를 해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상의 소비재들이 있다. 그런 제품들까지 몰아가며 사지말자, 쓰지말자 하는게 아니다. 이왕 사야 하는 물건이라면 당연히 이런 착한 소비를 나역시 추천하고 그런 기업들의 물건을 찾아 구매한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것은 착한 소비라는 말로 여전히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소비를 끝임없이 부축이기 때문이다. '착한' 이라는 의미가 누구에게 적용되는 걸까? 생산 과잉 시대에 욕망에 대한 절제가 아닌 부축임은 다른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면제부를 줄 뿐 바뀌는 것은 없다. 여전히 소비자가 선별하는 힘을 키워낼 수 밖에 없다는 말인 것이다. 기후위기를 걱정한다면, 지구를 생각한다면 착한 소비는 절대 없다.

 



우리나라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휴대전화 수는 평균 30대
1명이 평생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수는 230대
우리나라 파기되는 전자제품이 연간 3천6백만
전 세계적으로는 2천 ~5천 톤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한다.

참고: KBS 환경스페셜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2~3년이 되면 어느새 패턴이 되듯 새로운 휴대전화를 교체한다. 지금 내 폰은 남편이 앞서 사용하던 중고폰을 이어받았다. 남편 폰을 바꾸기 전 보험약정도 남았고 때마침 폰의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아 내장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사실 남편이 더 사용할 줄 알았지만 약정기간 만료 문자를 받자 남편은 새로운 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신형으로 교체에 이르뤘다. 평소대로라면 남편과 나의 폰 교체주기는 동일했기에 나 역시 신형으로 교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편 폰을 내가 사용하는 것으로 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나의 휴대전화 교체는 착한 소비가 되었다며 위로했다.     

 

전자제품 생산의 시작은 콩고 아이들의 노동력에서 출발해 고향을 찾아가 듯 서아프리카가 마지막 경로가 된다. 내가 쓰는 편리한 전자제품은 지구 반대편의 땀, 눈물이 담겨 있었다. 스마트 폰 등 전기 제품의 주요 리튬 배터리에는 코발트가 필요한데 천연광물이 풍부한 콩고에서 채굴이 된다. 이 채굴과정에서 힘 있는 마피아들로 이해 분쟁이 생겨 무력충돌로 사망한 사람은 현재까지 600여만 명에 이르고 아이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채광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채굴된 광물은 밀수되어 여러 나라로 퍼지고 제련소로 옮겨지게 된다. 

그럼 전자폐기물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매년 4천100만 톤 가량의 전자폐기물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특히 서아프리카로 팔려가거나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각 나라로 도착한 폐가전들은 다시 재생이 가능한 것은 중고거래가 이뤄지고 수리 등으로 재생이 불가한 제품들은 전자폐기물 쓰레기들이 무덤처럼 쌓이게 된다. 이곳에서 마저도 다시 아이들은 니켈, 구리등을 분리하기 위해 전선 등을 불태우며 열악한 환경에서 13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다. 


남편의 폰을 물려받아 쓰고 2년이 지났다.  약정요금제가 끝났다는 문자가 와서 알게 되었다. 알게 모르게 소비를 부축이는 시스템이 숨어있다. 다행인 것은 이제  휴대전화를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멈췄다. 전자제품 역시 끝까지 제대로 쓰는 법을 찾아가야겠다. 착한 소비가 필요가 것이 아니라 끝까지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중고를 사용하고 고쳐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오래된 부품도 보유하며 수리 보증을 길게 해달라고 더 크게 소리내야겠다. 




몇 년 만에 돈을 주고 에코백을 하나 샀다.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그녀가 그간 숨겨든 재봉 실력을 드러내며 새로운 일을 구상하고 있었다. 실행력을 높이시라는 의미에서 에코백을 제작의뢰를 했다. 사실 명품은 없어도 에코백이 넘쳐난다. 여기저기서 받은 증정용 에코백은 왜 이리 많은 지, 물건을 끝까지 다 쓰겠다 다짐 이후 가방을 살 일이 없었고 가끔 에코백이 부끄러운 날은 가방 없이 가볍게 외출하는 전략을 쓰며 살아도 되는 전업주부이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 그래도 나도 사람 아닌가. 왜 욕구가 없겠는가. 아직도 사용 가능한 가방들을 쳐다보다 다 쓸 때까지 기다리려면 죽을 때까지 가방은 못 사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2월이 끝나면 봄도 오고 내가 에코백을 주문해서 그녀는 돈도 벌고 용기와 힘도 얻는 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라며 스스로 합리화했다. 의뢰를 받고 그녀가 신나 하는 모습에 나 역시 기뻤다. 그분이 얻는 용기를 보며 내 소비가 꽤나 가치가 높아졌다. 그러다 다시 생각을 했다. 아니... 많은데 또 사는 건 사치다. 새로 산 에코백을 고이 걸어두고 매일 쳐다본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한다. "에코백, 넌 내겐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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