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으로 사는 장점
“저 비건이에요”라는 말은 생각보다 적이 많았다. 귀엽게는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어야 하고 또는 개그처럼 그럼 식물은 왜 먹어라는 소리도 들어야 한다. 혹은 그럼 고기 먹는 나는 나쁜 사람 같아지네 라는 묘한 말도 듣게 된다. 비건이라는 말은 알고 보니 참 다양하게 분류 ( 비건, 락토 베지테리언, 오보 베지터리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등등) 되기도 하는데 좀 아는 이들은 다 빠져나갈 구멍인 거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더 재미난 것은 내가 먹는 음식을 나보다 더 열심히 들여다보며 ‘이건 비건 아닌 거 아냐?’ 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는 이런 질문과 이야기를 접하면 그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나는 왜 비건지향을 하려고 하는가? 하며 나에게 계속 되새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 타일러 말처럼 완벽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도 없으니까. 나의 완벽을 바라는 건 타인일 뿐 내가 그들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 배짱도 불어나기 시작했다.
비건을 바라보는 나쁜 시선에 내가 일일이 답 할 필요도 없다. 이미 먼저 걸어간 이들이 더한 논쟁과 그 답을 제시했으나 사람들은 내가 보고 싶고 선택한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 역시, 내가 지속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한 걸음 더 비건지향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생인의 삶에 초점을 가지면 된다. 싸움은 이미 앞서 걸어간 이들이 하고 있다. 나는 뒤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고 좀 더 윤리적이고 좀 더 지구에 무해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팔로워가 되어주면 된다. 그런 면에서 적이 많다는 건 방향성을 또렷하게 해주는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완벽한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은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켰으나 정작 비건 지향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내가 느끼는 불편한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왔다.
첫째, 비건이면 날씬할 것이라는 편견
둘째는 조금만 아파도 이때다 하고 쏟아지는 말, “부실하게 먹어서 그래”라는 이 두 가지다.
우리나라만의 인식인지 몰라도 비건이라면 통상 다이어트와 연결해 생각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초반에 가장 친한 친구도 나의 비건지향 소식을 듣고 먼저 한 생각이 ‘살 빼려고 하는 건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건지향이다, 채식주의자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날씬한 몸을 기대한다. 3년 차 비건주부의 길을 들어섰지만 체중은 놀라울 만큼 급격히 빠진 적은 없다. 시간을 두고 5kg 빠졌다. 그렇다고 요즘 기준의 날씬한 체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아무리 먹어도 몸무게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장점이다.
두 번째는 뜨끈뜨끈한 최근 사례가 있다. 드디어 우리 집에도 코로나가 창궐했다. 남편을 필두로 며칠 사이에 내가 그리고 둘째가 걸린 것이다. 남편은 초동대처가 좋았는지 빠르게 회복했으나 나는 코로나 첫날부터 열이 39도를 넘어가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격리가 해제된 이후에도 가래, 콧물 등의 증상으로 외출을 삼가고 있을 정도다. 잠시 집 앞 마트라도 다녀오면 온몸에 진이 빠져 1시간 이상은 쉬어야 한다. 잠시 방심하고 코로나 이전처럼 일정을 잡고 에너지를 쏟기라도 하면 잠시 후 온몸이 녹초가 되는 진귀한 현상도 겪고 있다. 세상 처음으로 정신력으로 안 되는 게 체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요즘이다. 내가 빨리 회복이 되지 않으니 이 때다 싶어 남편과 부모님들은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다고” 기어이 한 마디를 뱉어 내신다.
'아~ 내가 이 소리 안 들으려고 안 하던 운동을.... 해야겠다!' 결심도 했는데 말이지...... .
아직 실천을 못했다. 이제는 진짜 실천해야 할 때인가 보다. '부실하게 먹어서가 아니라요 운동을 안 해서 그래요'라고 차마 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품고 올해는 운동하는 비건주부가 되어 봐야겠다.
나, 사실은 운동이 제일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