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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로라 May 28. 2024

1. 첫 대면

당뇨라는 두 글자를 마주한 시점

당뇨라는 두 글자를 마주하게 된 시점은 임신 26주 차, 출산예정일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임신성 당뇨 검사 결과를 받은 날이었다. 임신성 당뇨 검사할 때도 반반이기는 했다. 외할머니와 엄마로부터 이어지는 가족력으로 인한 걱정 반, 나보다 먼저 임신과 출산을 겪은 쌍둥이 동생이 무사히 넘어갔기 때문에 나도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반으로 검사를 마쳤었다.


내가 다니던 병원에서는 검사 결과 정상이면 카톡으로, 재검일 경우에는 전화를 한다고 했다. 검진을 남편과 같이 다녔기 때문에 토요일에 검사를 했고, 월요일 오전쯤 카톡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난 근무 시간에 전화가 왔다.


전화가 오는 순간, 바로 재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무려 공복 혈당이 190이 나왔다며.. 하지만 검사 결과가 오후 5시 넘어서 공유가 되었기 때문에 바로 재검 예약을 못하고 다음날 아침에 차주 토요일 검사 예약을 했다.


재검의 날, 토요일 아침 일찍 접수를 하고 공복 채혈 뒤 훨씬 커진 디아솔에스를 마시고 나서 1시간 단위로 3번을 더 채혈했다. 결과는 역시 모든 수치가 높게 나왔다. 4번째 채혈 검사 결과 확인 전에 내분비내과 진료를 잡고 차주에 다시 방문했었다.



내분비내과 진료를 볼 때 혈당이 모두 높게 나왔고, 특히 공복 혈당도 높게 나왔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하셨다. 첫 2주는 식단 관리를 하지만 이후에도 높으면 인슐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이어서 병원 내 영양사 면담까지 진행했다.


임신성 당뇨가 어려운 점은 일반 당뇨면 탄수화물을 제한하면서 저당 식단으로 해도 되지만 케톤증 예방과 아기의 성장을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것.



탄수화물을 먹으면서 혈당을 낮춰야 하는 게 임신성 당뇨의 모순이었다.



당뇨환자 소모성 재료 처방전을 받아 채혈침, 혈당측정기를 약국에서 구입하고 외식이 거의 없는 임당 식단의 삶이 갑자기 시작되었다. 이때까지는 내가 인슐린 안 맞고 식단 관리로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와 관련된 모든 건 예측하면 안 된다는 걸 임당식단을 시작하고 난 직후부터 여실히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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