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건 중요치 않아.
탈진실 시대. 21세기를 대표하는 단어다.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신념이 여론을 형성하는 시대이다. 이제 사람들은 객관성을 믿지 않는다. 세상에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가. 이제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옳음은 사고를 통해서 나오지 않는다. 편리한 것이 옳은 것이다. 그른 것은 불편한 것이다.
실용이 최고라는 믿음 앞에서 검증은 가격과 명성이 대신한다.
- 전문가가 말한 것,
- 가격이 비싼 것,
- 한 줄 요약이 잘 된 것이
좋고 옳은 것이다. 탈진실 시대에서 모든 명제는 해석에 따라 이렇게 보일 수도 저렇게 보일 수도 있다. 조지 오웰 대표 저서 <1984>는 이러한 현상을 “이중사고”라 명명하며 경고한 바가 있다.
- 전쟁은 평화,
- 자유는 예속,
- 무지는 힘.
21세기 대한민국을 돌이켜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외부 전쟁을 통해 내부 공동체가 결속되기 때문에 평화로우며, 다른 이를 예속하므로 내가 자유로워지고,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에 무지하지만 우리가 옳다는 걸 강조할 수 있으므로 곧 힘이 된다.
MZ 세대라는 단어는 얼마나 기성세대에게 이리저리 좌우되는가.
MZ 세대는 기성세대가 사용할 때는 그저 젊은 사람을 비꼬는 용도로 버르장머리 없고 사회물이 덜 든 세대로 비유된다. 이때 지칭되는 세대는 10대 ~ 30대 중반까지 지칭한다. 기성세대가 가진 전통적인 용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이다. 술자리 예절을 모르거나 실수가 잦은 신입 사원도 이에 해당한다.
마케팅에서는 얼리버드 고객을 지칭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행을 빨리 따라잡으며 인플루언서를 따라 하는 고객이다. 유행을 잘 타지 않는 20대나 인플루언서에 관심 없는 30대는 MZ세대에 잘 끼지 않는다. 그들은 늘 같은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이라고 속인 뒤 미끼 상품을 던지면 사람들에게 신기한 거라고 소개한다.
어떤 유튜브에서는 주꾸미 짜장면이 특이하다며 짜장면에 주꾸미가 들어갔네?라고 소개하였다. 실상 쟁반짜장 하위 호환 아닌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마케팅 전략이 새롭지 않지만 새롭게 소개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것도 기술이긴 기술이지.
MZ는 단순히 사람을 지칭하지 않을 때도 있다. 뭔가 새로운 단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MZ 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 생각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말할 때도 있다. 이 때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MZ가 된다.
이제는 어떤 단어도, 어떤 정보도 정확한 게 없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도파민뿐이다. 흥미로움의 기준은 뇌가 얼마나 자극받았는가에 달려 있다. 윤리나 도덕도 재미 앞에서는 무력화된 지 오래다. 무언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가 아니라 뇌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걸 원하면서도 익숙하길 바란다. 새로운 건 생각해야 하고, 익숙하면 권태롭다. 한번 잘 팔린 제품과 소재는 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등장한다. 두바이 초콜릿과 먹태깡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꾸준함과 멀어졌다. 짧은 정보 안에 얼마나 자극적인 것이 담겨 있는지를 찾는다.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재미. 새로움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도파민 인류는 오늘도 자극을 찾아 정보의 망망대해를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