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할 수 없었어.
실체를 상실한 언어라서
신체를 잃어버린 몸짓이라서
흩어져버린 그림자 조각이야.
퇴적물에 쌓여있는 얼어붙은 지층이야.
파도에 나부끼는 시간은 산산이 흩어지고
수평선에 어둑어둑 가라앉는 낡은 돛단배
바싹 말라붙은 낙엽이 손등에 닿고
이제야 막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어
빗물에 쓸려간 흙더미 조각에 그림자가 드리우듯.
어릴 적 놀이터에서 신발로 흙을 쓸었어
부모를 잃어버렸거든. 아주 어렸을 때 말이야.
구름은 곧 진눈깨비가 되어 있었어.
화석은 또 다시 가라앉고 기억은 저물어갔어.
공간은 얼어붙고 언어는 사멸했어.
퇴적물은 피처럼 엉기고
그림자는 녹아내렸어
어린아이는 또 다시 사라졌어
풍경이 번진 자리에 너는 존재하지 않았어
나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내 물음은 낙엽처럼 바스라졌어
파도가 멈추고, 시간도 곧 멈춰가.
모래는 낱낱이 흩어지고 그림자는 얼어버리고 말았어
낡은 돛단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떠날 수밖에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