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2일
큰 아이는 중3 입니다.
지금 수2를 두번째 풀고 있고, 수학 미적분 개념 선행을 나가고 있습니다.
1.
저는 큰아이 어렸을 때에는, 아이가 좀 느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는 다함이나 황소 같은 사고력 선행학원 근처도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둘째아이는 다르다고 여겨서 공격적으로 사교육을 쌓았죠.
(둘째는 5살 때 구구단을 외웠고 셈도 빨라서 2+2 =4, 4+4 =8, 8+8 =16, 16+16 =32, 32+32 =64, 64+64=128, 128+128 =256, 256+256=512, 512+512=1024 . . . 2¹⁰까지 읊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문자도 보냈고, 무슨 인생 2회차 아기 같아서 천재인가보다 두근 두근 했더랬죠.)
아무튼 큰아이는 한글도 근 7살 다 되어서야 뗐고, 초등학교 입학해서 보는 받아쓰기 시험에 꼭 몇개씩 틀려왔습니다. 구구단도 8단에서 어려워 해서 8×6=48을 늘 막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등 첫 1년에 아주 심한 열정맘이 되었습니다. 애를 잡아가며 달렸습니다. 아이가 느리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요. 그런데 그짓을 11년 더는 못하겠더라구요. (엄마주도 선행을 12년 정도 해야 아이가 비로서 대학입시를 성공한다고 믿던 때였어요.)
마침 엄마주도선행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 데, 제가 아이에게 상처를 냈던 바로 그 사건도 일어났어요.
그래서 이후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시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2.
그런데 3학년 어느날 아이가 덤덤하게 말하더군요.
엄마..우리집에서 나만 혼자 바보인거 같아. 엄마도 아빠도 다 똑똑한데, 그리고 동생도 똑똑한데..나만 바보야.
라고요.
아냐! 그런 생각 하지마! 라고 하며 꼭 안아주었지만, 속으로 '괜찮아, 넌 이쁘잖아. 나중에 시집만 잘 가면 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아이에게 선행교육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4월 쯔음..어느날
아이가 갑자기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에 대하여 묻더군요.
깜짝 놀랐죠. 수학 선행은 거의 안하고 살았거든요.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 개념은 5학년 2학기나 되어야 나오는 데.
그거 어디서 들었어?
학교 수업시간에. 나 빼고 애들 다 알더라.
너도 알고 싶니?
응..나만 바보 같아..
쿵..그때는 이제 좀 뭔가 움직여야 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속으로 무시했다 하더라도, 아이가 배우고 싶다는 데, 기회를 줘야죠.
그래서 살던 아파트 상가에 있는 선행 수학학원들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저는 개별진도 학원은 초등 저학년에게 안맞는다고 생각하니까, 이왕이면 강의식 진도표가 있는 곳으로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이미 작년 12월부터 4학년 선행으로 시작한 반이 있는 데, 이미 5학년 1학기 진도도 거의 다 나갔습니다. 지금은 새로 모집을 안하니 신규 모집 때 문의해 주셔요.
라는 답변을 세 네군데에서 들었어요.
큰애 또래 아이들이 이미 5학년 선행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고, 4학년 4월달에 갈 수 있는 학원은 찾질 못했어요.
3.
결국, 4학년이 끝날때까지 원하는 학원을 찾지 못했고, 12월이 되어 학원들이 신규반을 모집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상가 작은 강의식 학원에 입학했어요. 큰아이 실력을 아직도 믿지 못했기 때문에 큰 대형학원은 엄두도 못냈습니다.
그 학원에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거에요. 4학년 말 12월에 선행 시작하면, 1년이면 중학교 1학년까지 충분히 마칠 수 있다더니만, 5학년 11월에서야 겨우 중학교 1학년을 시작하겠답니다. 심지어 6학년 2학기도 다 마무리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알고보니 우리애는 망해가는 학원의 겉절이반을 다니고 있었어요. . 학부모에게 약속한 말은 있어서..어쩔 수 없이 초등선행을 마치기도 전에 중등선행을 허겁지겁 끼워넣는 분위기였습니다.
4.
과감하게 cms에 문의를 했습니다.
이제 막 중1 선행반을 오픈했고, 예비초6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cms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어요. 그때는 겉절이반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나 커서,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아이를 저기서 탈출 시켜야 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겉절이반을 끊고, 한달동안 직접 가르쳤습니다. 목표는 cms 중1선행반. 6학년 전학기가 입테 범위였고, 심화문제도 있다고 해서 디딩돌 최상위를 학기별로 사서, 매일 풀렸어요.
아..
지금 생각해 보니까 큰애가 느린 애가 아니었네요. 한달 안에 그ㅈ두 책을 마무리 했고, 12월 24일에 cms입테에 합격했거든요. 기쁨도 잠시, 중1반은 이미 12월 초부터 진도를 나가고 있었고, 아이는 1월부터 중간 투입하기로 했는 데.. 이게 사실 되게 무모한 결정이었습니다.
5.
덜커덩. 수업 첫날부터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고 왔습니다.
당시 cms는 진도를 나가고 난 뒤에 아이들에게 예제를 풀게 하고, 귀가하기전에 데일리 테스트를 했는데,
첫 수업날 아이는 50점 만점에 8점을 받았습니다.
Cms의 데일리 테스트는 총 5문제를 풀며, 한문제당 10점씩.
모든 문제는 주관식 서술형이고, 문제 풀이 과정까지 채점하였거든요.
아이는 한번도 그런 혹독한 테스트를 접한 적이 없고,심지어 중1과정 앞부분 상당부분은 배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간 투입이 되었으니..사실 8점도 칭찬해줘야했어요.
그런데 저는 좀 가혹했습니다.
1월에 시작하는 방학특강을 추가로 더 넣었고, 아이가 숙제로 헤매고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아이 없에 앉아 설명했어요. 이항하면 왜 부호가 바뀌는지, x는 미지수인데 a는 왜 미지수가 아닌건지..같이요.
방학 특강까지 넣으니, 학원에 낮12시에 가서 밤 10시에 오게 되었습니다. 정규수업이 없는 날에도 클리닉을 보내, 중간투입 전 진도를 최대한 끌어 땡겼기 때문에 아이는 일주일에 4번을 수학학원에서 살았습니다. 헐..지금 생각하니 여기에 영어학원까지, 아주 강행군을 했었네요.
그렇게 딱 한달이 지나자 아이는 cms의 시스템에 익숙해 졌고, 개학후에도 학원에서 5시간 정도는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던 듯 합니다.
6.
중등수학이 초등수학의 10배쯤이라면, 고등수학은 중등수학의 100배쯤 힘들었습니다.
아이는 중3과정까지는 잘 따라갔지만, 수 상에 들어가니까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반에서 2등정도는 유지하던 데일리테스트는 하위권으로 훅 밀렸고, 학원 시험지가 갈기갈기 찢겨서 방구석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이는 급격히 움츠러들었고, 아이의 가방은 어지러진 필통과 정리할 생각도 안한 프린트물들이 섞여 쓰레기통 같았어요.
가혹한 양의 숙제를 다 못하기 일수였고, 그런날에는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까? 죽지않고 불구가 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텐데..라는 말로 엄마를 식겁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짜 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공부가 뭐라고 이 작은 아이가 죽고싶다고 하지? 저도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 위 처럼 조마조마했고, 가끔 만나는 지인들앞에서 울기도 했어요.
이 당시에 초4였던 둘째 지인들은, 은근 제 큰딸의 성공스토리를 부러워 했는 데, 점점 사춘기 딸 때문에 한숭이 늘어나는 저를 보고 사춘기가 이렇게 올 수도 있구나... 그 착한 그집 딸도 저렇게 변했는 데 우리아이 사춘기 오면 어떻게 하지..하며 불안해 했어요.
그럼에도 cms를 그만두질 못했습니다.
당시에 벚꽃아우디의 금융간부집 모범생딸과 함께 다니고 있었고, 이 모범이는 수 상하의 고비를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었거든요.
저는 단연코 그집 딸과 비교하여 애를 기죽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큰애가 수학을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만큼이라도 따라와준게 고마울 뿐이었죠. 그래서 우리애가 베란다를 쳐다 보며 죽고 싶어 할 때, 빨리 그만 둬야겠다..했어요.
7.
그런데..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엄마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더라구요.
그 착하던 아이도 자신의 세상을 고집하더라구요.
이미 아이는 학원 친구들과 친해졌거든요. 학원 친구들은 경쟁상대이긴 했지만, 아이 일상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또래집단이었거든요.
아이는 수상을 이해 못해서 힘들었다기 보다, 자신의 또래집단에서 뒤쳐진다는 것이 못견디게 괴로왔던거에요.
마치 최소공배수를 몰라 혼자 바보라고 자책했던 초4때 처럼..
그리고 사춘기,
나와 엄마에서, 나와 친구가 훨 씬 더 중요해진 사춘기였어요.
그 또래집단에서 루저로 탈락하는 것을, 꼴지로 남는 것보다 더 격렬하게 거부했습니다. 어떻게서든 그 학원에 버티고 싶어했지만, 100배는 어려워진 수학때문에 그 괴로운 시간을 그냥 버티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과외선생님을 숙제선생님으로 붙였습니다. 아이는 이것도 격렬하게 거부했지만, 예쁜 대학생언니랑 잠시 숙제 같이하는 거라고 어르고 달랬습니다. 결국 숙제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힘들게 cms를 졸업했습니다.
8.
졸업하고 나서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진도를 더 빼야겠다는 욕심도 없어졌고, 졸업 후 자연스럽게 아이의 또래집단도 해체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이제야 오롯이 아이가 어려워 하던 수상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려운 선행학원 대신 찬찬히 복습을 시켜줄 개별진도를 찾았고, 아는 지인(전 포켓몬고 유저입니다. ㅋㅋ 생각보다 이거 하는 아줌마들 많더라구요. 지인 역시 포켓몬고 유저였고 고2 학부모였어요.)의 추천으로 아주 꼼꼼하고 체계적인 선생님을 만나, 중2라는 시간동안 수 상하 복습과 수1 선행까지 나갔지요.
일주일에 두번 딱 하루에 2시간씩 진도를 나갔음에도, 수 상하 복습과, 내신 그리고 수 1 선행까지 나갔어요.
그 때까진, 수학학원이란 오래 붙잡아두고 아이 관리 잘해주는 곳이라고 믿었던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진짜 딱 2시간은 오로지 풀로 진도 나가면서 예제풀이를 하셨고, 한번에 4 개의 교재를 나갔습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숙제늘 내줬는 데, 때문에 아이는 집에서 쉴틈 없임 수학문제를 풀어야만 했습니다. 굳이 cms처럼 하루에 5시간 10시간 붙잡고 있지 않아도, 아이는 수학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의 수학적 머리는 또 한단계 성장했습니다.
학교 내신시험은 하나정도 틀러왔으며, 그것도 실수라고 아쉬워 하더군요. 고등 수학 상하의 개념이 어느 정도 잡히니 중2수학 쯤은 껌으로 여겼구요.
그래서 내신시험기간에는 수학과 영어에 시간을 쏟기 보다 국어 과학 역사 등의 과목에 신경을 쓸 수 있었고, 좋은 내신 성적으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말에 서초동으로 이사오면서, 그 연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지만, 아이의 수학 성장에 또 한번의 큰 계기를 주신 분이었습니다.
9.
지금 사는 동네는 학군지라면 학군지고 변두리라면 변두리인 서울고등학교 근처입니다. 남아라면 최고의 위치지만, 저는 딸엄마여서 고등진학부터 학원세팅까지 참 여러모로 난감합니다.
8번의 공부방 선생님 같은 능력자 선생님을 찾아야 했습니다. 또, 이젠 수2 선행도 달려야 하기에, 강의진도표가 분명한 강의식 학원을 찾았구요.
안타깝게도, 사는 동네에서 걸어서 오가는 거리에는 그런 학원들은 없었습니다. 예비중3이 들을 수 있는 선행학원들이 없더라구요.
반포나 대치까지 나가야 하나..또 다시 고민했습니다.
이 쯔음 해서 반포의 대형학원 여러곳에 입테를 대기해 놓으면서 동네 학원들도 부지런히 찾고 있었는데, 동네 작은 수학학원 원장샘이 제 큰아이에게 관심을 보이시더라구요.
그 학원은 개별진도 학원처럼 보였는데, 내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원장샘이 직접 내신수업을 지도하였습니다. 우리애를 그 고등학생들과 함께 수1 복습과 수2 개념을 가르쳐주시겠다 하여, 덜컥 등록했지요.
온통 시컴한 남자애들 사이에서 우리애는 기죽지 않고 잘 했습니다.
오히려 이전의 그 어떤 선생님보다 좋다며 극찬까지 했습니다.
원장샘은 개념을 아주 천천히 충실히 가르치셨고, 문제 유형을 가르치기 보다, 왜 그 개념으로 문제를 풀 수 밖에 없는 지, 하나 하나 증명해 나갔다고 합니다.
교재라곤 비법노트라는 필기노트 하나와 라이트쎈 뿐이었는데, 어느새 아이의 비법노트는 빼곡한 개념정리로 꽉찼습니다.
아이의 말로는 신세계였답니다. 이제껏 간단한 개념설명 후에 다양한 수준의 문제를 쉴새 없이 풀어야 했던 수학 양치기(양으로 승부보는) 수업과 너무 다르답니다. 마치 인강강사의 설명을 현장에서 직접 듣는 거 같다며, 수학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그냥 외우기만 했던 삼각함수가 원래는 굳이 외울 필요 없이 놀리적으로 밟아가는 증명의 결과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리고보니..
더이상 큰 아이는 제가 느리다고 무시하던 그때 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한단계 훌쩍 자라서 이제 스스로의 능력을 믿으며,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이 글에 그 학원이 어디냐, 나도 보내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리라 예상됩니다만, 제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 학원 좋으니 한번 가보셔요!'가 아니라서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이 긴 글에서 전하고 싶었던 것은,
늦게 시작했어도,
반에서 꼴지를 했어도,
이리 저리 흔들리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는 스스로 제 중심을 찾아가더라..
하는 진심입니다.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는 수학학원에 다른 아이들이 등록한다고, 다 우리 애 같을 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아이는 이전에 cms꼴등도 했었고, 어마어마한 양치기도 했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쳐진다는 좌절감도 맛봤고..이런 저런 사이의 흔들림이 쌓아지다 보니, 지금 시점에는 이런 학원이 적합했다..
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그러니 어느 동네 cms냐, 어느 공부방이었냐, 지금은 어디 다니냐는 질문을 받으면 몹시 난처할 듯 합니다.
그저 이런 종류의 수학교습법이 있었다...는 정도로 봐 주시고, 아이에게 맞는 훌륭한 곳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큰애의 수학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