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2. 1:30
1.
브런치 신청에 떨어졌다.
맘카페에 올려 폭풍 칭찬을 받던 글들이었는 데 떨어졌다.
주변 엄마들이 아쉬워했다.
무슨 신춘문예냐며.
반면에 나는 왜 떨어졌는 지 알았다.
글솜씨가 문제가 아니다.
브런치는 e-book을 표방하고 있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블로그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명확하게 관통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보라도 좋고, 일상이라도 좋은 것이다.
반면에 내가 맘카페에 올린 글들은, 교육과 사춘기라는 주제들이긴 했지만, 모두 단발성이다.
예를 들어 영어유치원에 대한 단상이나, 일반유치원을 나온 첫째 이야기 같이 토막 토막 나있었다.
이 주제로 글을 엮으려면 교육전문가 쯤의 내공으로 풀어나가거나, 아이의 사생활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거나 해야 한다.
내 내공이 교육전문가는 아니니,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겠다.
브런치에 떨어졌어도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2.
내가 사무실을 만들자 가족들이 즐거워한다.
항상 거실과 부엌에 앉아서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는 데, 엄마가 일단 안보이니 숨통이 트이나 보다. 특히 동동이가..
하루정도 '사무실'에서 지내보니 불편한 것과 필요한 것들이 보인다.
너무 낮아서 타이핑이 힘들었던 보조테이블을 버리고, 새로 샀다. 덕분에 이케아도 처음 가 봤다.
새 테이블을 장만하고 나니, 작가의 문학적 소양을 채워줄 책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전 집에서 쓰던 실외기 거치대에 판대기를 얹어 간단한 책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좋은 글은 좋은 소재, 글감에서 나오니, 떠오르는 작은 단상도 놓치지 않고 적을 바인딩 노트도 샀다.
이렇게 하고 보니 진짜 작가의 작업실 느낌이 난다.
3. 남편은 내 개업을 아주 반겨줬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베란다의 변화를 알아챘으며, 이 공간에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주었다. 내가 조금 높은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기꺼이 이케아에 데려가 주었고, 비싸고 좋은 테이블을 사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나는 작고 소박하게 시작하고 싶다. 그 파장이 작아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있는 곳이고 싶다. 욕심이 작아서 스트레스도 작을 수 있는 곳..그렇지만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있는 곳.
그래서 6만9천원짜리 테이블을 골랐다. 남편은 나사를 하나 하나 꼼꼼히 조여서 멋진 테이블을 만들어줬다.
추워질 때 쯤엔 바닥에 매트를 깔고 창문에 커틀을 달면 겨울도 버틸 수 있을까?
4.사람은 환경에 따라 달리진다.
맹모삼천지교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교육열 심한 학군지에서 벗어나 이 동네에 온 지 반년이 넘었다.
그 사이 큰애가 많이 여유로와졌다.
작년에 한문제 틀렸다고 펑펑 울던 그때 그 아이는 어딜갔나 싶다.
나 역시 같은 집에서 앉아있는 장소만 3미터 쯤 옮겼을 뿐인데, 2~3일 사이에 마음가짐이 편안해졌다.
늘 아이 참고서만 사던 서점에서, 오랜만에 내가 읽고 싶은 책도 샀다. 이게 몇년만인가.
교보문고향 방향제도 샀다.
둘째가 자꾸 내 '사무실'에 얼쩡 거린다. 진짜 교보문고향이 난다며..ㅎㅎㅎ
3일차 밤이 지나간다..
2026년 2월3일에 쓰는 빨간펜
마흔여덟. 쉰을 앞에 두고 서글펐다. 나의 유일한 업접 자식들은 곧 나를 떠날 듯, 나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고, 난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니, 우울해졌다.브런치작가에 떨어져서 더 우울했었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