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아와 얼죽아에 대하여
얼죽아를 포기하는 때가 와버린 걸까
by Laura gamsung Dec 22. 2024
11월만 해도 이상기온으로 인해
이제 드디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쓰러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최근 영하 6도의 기온들이 이어지면서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이번 연도엔 영상 기온만 계속될까 봐 두려웠었다.
이렇게 춥고 건조한 날씨가 반가우기도 참 처음이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얼죽아들.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인 얼죽아.
누가 먼저 만들어냈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올해 그렇게 따뜻했음에도 불구하고
얼죽아를 포기하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세월의 흐름에 굴복하는 느낌이라
분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이 너무 시렸고
속이 너무 차가웠다.
뜨아나 뜨카를 찾게 된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뜨거운 카페라테.
따뜻한 카페라테의 맛은
두 번째 대학을 다닐 때 카페알바를 했을 때부터였다.
유독 라테가 맛있었던 그 카페는
우유거품을 내고 우유를 데우는 온도부터 해서
사장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안 좋게 끝난 알바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감사하다.
그때의 커피 공부가 지금 내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우유 거품 소리만 들어도 내 카페라테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망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뜨거운 커피의 맛을 알아간다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일이 잦아지는 탓에
얼음을 와작와작 씹어먹을 수 있는 아이스파로 다시 돌아갔다.
2025년을 앞둔 지금
한 살 더 먹어야 하는 속상함과 설렘 그 묘한 기분을 느끼는
연말에 나는 깨달음을 얻어버렸다.
이젠 얼죽아를 떠나보내야 하는 때인가 하고 말이다.
뜨거운 커피를 피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적절하게 맛있는 온도가 짧기 때문이다.
빠르게 식어버리는 커피의 맛이 아쉬웠다.
그나마 아이스는 싱거워지긴 해도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진 않는다.
그래서 아이스를 택하곤 했다.
카페에 왔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3번이나
되풀이해서 말했다. 계속 물었다.
정작 나온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하하, 저 뜨거운 아메리카노 시켰는데...
라고 네 번째 말하는 순간.
아, 너를 떠나보내기 전 다시 한번 너의 매력을 느껴보자.
라는 마음이 들었고
바리스타에게 '아! 저 그냥 마실게요!'
바리스타는 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가며
아니에요 금방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저 아아를 구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니에요!!! 저 마음이 바뀌었어요! 아이스마실게요!'를
랩처럼 내뱉었다.
(아마 외국이었다면, 영어로 이렇게 속사포처럼 내뱉을 수 있었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구해냈다.
뿌듯하다.
역시 실내에서 마시는 아아는 만족스럽다.
to go는 hot으로
for here 은 ice로.. 마시자..
미안,
아직은 너를 떠나보낼 수 없다.
이렇게 조건절로라도 너를 곁에 둬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