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모유 수유를 끝낸 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생리가 터졌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것. 좋은 건 아닌데 예전처럼 싫지는 않다. 아마도 이제 서른 중반이 넘으니 생리도 젊어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 듯하다.
생리가 끝나자 생리 앱에 4일 후 배란이라는 알림이 뜬다. 둘째를 가질 때 배란일을 열심히 챙겼던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 배란이 쓸 데 있는 배란인가 쓸데없는 배란인가.'
또 임신하는 상상을 해본다. 배란이 끝나고 생리 예정일에 앞서 혹시 알 수 있을지 궁금해 며칠 동안 아침에 임신테스트기를 소변에 적셔볼 것이다. 어느 날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면 실망하겠지만 생리 예정일인데도 그렇지 않으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저렴이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을 보여주는 날 디지털 임테기를 구하러 갈 것이다. 그것이 "YES"라는 글자를 보여준다면 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고개를 젓는다. 작년 8월에 태어난 둘째는 이제 10개월이 되는데도 이유식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정신이 없어 모유가 제대로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모르고 6개월 동안 나는 둘째를 배고프게 했다. 책에서 읽은 대로 첫째에게 신경을 많이 쓰느라 그런 것도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첫째는 유튜브가 키우고 있다. 재택근무 중인 나는 풀타임 복귀 이후 둘째를 재울 때 항상 '오랜만에 보네'라는 생각을 한다.
둘째를 제때 잘 먹이지도 못하면서 셋째를 갖고 싶다면 욕심일까?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수만 가지 질문이 내 속에서 쏟아진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지금처럼 일을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둘까지는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셋째를 가졌다고 하면 어떨까. 둘째 때도 1년 3개월을 꽉 채워 쉴 계획이었던 나는 절반을 단축 근로를 사용하기로 했다가 결국 누군가의 성화에 못 이겨 조기 복귀했다. 꼭 필요한 게 아닌 것처럼 여겨질 셋째 때는 법이 정한 내 권리를 눈치 보지 않고 잘 행사할 수 있을까.
육아휴직은 어차피 단기에 그치는 문제니까 그렇다고 치자.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일할 수 있을까. 지금도 너무 정신없는데.. '오늘 하루도 뿌듯하게 일했네'라는 느낌이 들 수 있을까. 내가 조금만 일을 못 하면 '저 애 셋 아줌마. 애 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 하나 보네'라는 말을 듣지는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둘째를 낳고 확 늙어버린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더 늙어버리더라도.. 몸이 더 물컹해지고 둥그렇게 변한다고 해도. 운동할 힘이 도저히 남지 않아 어느 날엔 평생 다짐을 포기해버리더라도. 아기의 미소를 보면 아무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셋째를 너무 갖고 싶은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그러다 이번 달 배란일을 그냥 보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기엔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서른일곱의 배란일은 한 번도 너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