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을 보고 부동산을 떠올리고 클릭했다면 그대는 나에게 낚인 것이다.
부동산은 몸살을 앓고 있다.
재건축을 할 것인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
아쉽게도 나는 부동산을 두고 그런 고민을 할 상황이 아니고 지금 내 얼굴을 재건축을 해얄 지 리모델링으로 해얄 지 잠시 헷갈리고 해결되지도 않을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늘 "조상님이 주신 DNA"를 섭섭하고 속상하지만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피부라던지, 키라던지, 머리숱이라던지 모든 것은 '조상표'이다.
무서운 DNA의 힘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무서운 DNA를 어느 정도 살짝 눌러줄 수 있는 더 무서운 존재가 생겼다.
바로 '의느님'이신 것이다.
의느님의 손길로 요즘 이쁜 여자, 남자들은 살짝 DNA의 위대함을 이겨내는 것 같다.
예쁘게 낳아주신 부모님이 주신 키, 피부, 헤어 정도는 정말 어쩔 수 없지만
그 외는 의느님의 능력치 따라 미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 같다. 이제 생긴 대로 사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아마도 오래전쯤
서울로 처음 이사를 와서 자녀교육에 몰입을 하고 있을 때인가 보다.
나도 친구의 도움으로 대치동으로 상담을 받으러 다녔다.
대치동이나 압구정동 거리를 그냥 걸어본 적이 있는가? 일단 대치동에 온다면 촘촘한 학원가에 놀랄 것이다.
그 건물 사이사이 아이들 식사를 위한 분식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거리에 아무 생각 없이 한번 서서 거리를 둘러보면 부지런히 큰 가방을 메고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이 비슷한 표정과 비슷한 옷차림으로 바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렇다. 학원 상담 순례를 하는 엄마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압구정동을 가보았는가?
지방에서 상경하여 낯선 거리를 무작정 갈 일이 있다면 대치동과 똑같은 사람들의 물결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다른 것이 젊은 아이들과 옆에서 나란히 걸어서 바쁘게 다니는 엄마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이제 학원 상담을 벗어나서 외모 상담을 위해 거리를 걷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한가로운 낮시간에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특히 수능이 끝난 시즌은 과히 물결이 몰려다니는 성수기이다.
대치동에는 학원 상담을 다니는 엄마들이, 압구정에는 성형외과 상담하는 자녀를 따라다니는 엄마들은 대체로 심각한 얼굴로 다닌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으나 엄마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것이다.
공부는 공부대로, 외모는 외모대로 젊은이들의 큰 중대고민이기 때문이다.
압구정동을 갔을 때 한 건물에 성형외과가 16개 있는 곳도 보았다. 정말 신기해서 일부러 헤아려본 적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압구정동에서 신사역으로 그 흐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이대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어졌으며, 여자 남자 모두에게 일반화되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대학 가면 끝날 줄 알았던 거리 순례는 이제 주제만 바뀌고 또 시작이다.
엄마들의 가방에는 수술에 대한 걱정과 또 어쩌면 수술비와 너무 막무가내인 자녀에 대한 기우도 같이 첩첩이 쌓여 있을 것 같다. 자기 인생 고민이 우선인데 외모 성형만 신경을 쓰는 아이가 안타까우나, 길길이 날뛰는 요즘 자식들에게는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으니 같이 따라다니는 것일지도.
역시나 딸의 코 수술로 압구정 순례를 한 친구는 그런 말을 했다.
"정말이지 경제적 여유만 있었으면 딸을 제치고 내가 하고 싶더라니까....."
그때는 박장대소하고 웃어넘겼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 고민을 하고 있다.
왜일까?
얼굴에 살집에 많은 나는 친구들이 늘 얼굴에 관한 멘트를 하면 가볍게 응수한다.
"보톡스가 아니라 살톡스야~ 살톡스"
얼굴에 살쪄봐라 그깟 보톡스가 무슨 대수야.
눈물 나게 팽팽할 텐데.
아직 흔한 피부과 한번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미간에 주름이 생겨서 손으로 만져보면 홈이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미간을 다리미처럼 펴고 있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선뜻 방문을 결심할 수는 없었다.
출근 시간이 아닌 어느 날 지하철은 거의 서 있는 사람 없이 한산하고 조용했다. 다들 스마트폰에 열중하느라 조용하기도 하였겠지. 누구나 빨아들이는 마법의 네모 상자 아닐까?
앞자리에 일렬로 쭉 앉아있는 사람들 얼굴을 보았다.
왜 이리 심술궂게 보일까?
왜 이리 화가 나 보일까?
공통적으로 눈 아래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음을 알고 슬쩍 핸드폰에 얼굴을 비추어보았더니 아뿔싸~ 똑같은 심술궂은 내가 거기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거울을 발견하면 살짝 손으로 눈아래 지방 주머니를 슬쩍 당겨보았다.
굳이 큰 수술을 하지 않아도 여기쯤 조금 손을 보면 좀 젊어 보이고 일단 얼굴이 무표정해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자연스레 늙어가는 것이 목표이고 인위적인 것을 안 하고 살던 사람인지라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두려워서 생각에 머무른 지 10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는 용기를 좀 내어볼 만도 하다. 아니 도저히 못 봐줄 상태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관심을 좀 가지고 주변을 보니 이미 리모델링 개념의 쁘띠 성형은 일반화된 지 오래다.
생각을 바꾸어보자. 집도 낡으면 조금씩 손보면서 살면 더 튼튼하고 살기 좋은 집을 유지하는 것 아닌가? 기둥이 무너지기 전에 미리 손보면 훨씬 견고한 서까래와 기둥을 가지듯이
얼굴을 돌려 깎는 것도 아니고
코를 하늘 높이 올릴 것도 아니고
없던 보조개를 넣을 것도 아니고
그냥 눈 밑 지방만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여유가 된다면 피부 정도는 한번 리모델링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제 결심은 섰다.
엥? 그런데 결심이 섰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상담예약을 위한 전화를 해야 하고 여러 곳을 비교 상담해야 하고, 날짜도 미리미리 선정해야 한단다.
자꾸 마음이 희미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가 한다.
이번에 진행하지 않으면 아예 재건축으로 가야만 할지도 모르니 조금씩 리모델링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 큰 부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참고 인내하지만, 얼굴은 재건축이라는 시공이 애초에 성립되지 않으니 살짝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용납이 될 것 같다.
아니 내일 하자. 아니 이번 주말 넘기면 하자 ~
이렇게 어려운 결심을 사람들은 왜 그리 쉽게 이야기하는 것일까?
눈 쌍꺼풀 수술을 위해 상담만 13군데 예약한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가 아파온다.
어서 전화를 해~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