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나 혼자도 잘 놀 수 있고 옛 모임들도 있지만 퇴직을 한 후 일반 동료들과의 대화 나눌 일이 자꾸 없어져갔다.
이러다가 손자나 손녀가 생기면 그 핑계 삼아 그냥 시간을 이리저리 보내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손주가 아직 없으니 황금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뭔가 크레바스처럼 누구랑 대화를 나눌 일이 없었다.
남편이 돌아오거나 딸이 퇴근해 오면 내 입술을 말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미 바깥 생활에서 수천단어를 다 사용하고 온 그들에게 내 이야기는 흥미로울 것이 없는 의무였다.
그것도 그런 것이 다양한 주제가 아니라 너무 편협한 주제에만 한정이 되고
급기야는 유튜브 본 것이 이야기의 주제가 되니
나는 씁쓸하고
그들은 무료하고 그런 상황이었다.
말이 동료들이지 퇴직한 순간 그들은 너무도 먼 안드로메다의 별들이 되었다.
서로 연락을 하거나 할 일은 없다.
과연 내가 그들의 부장이었고 대화를 웃으면서 까르르 웃었던 적이나 있는 사람이었을까?
하기야 퇴직하고 나오는 그날부터 그들은 남이었다.
모임 친구들은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도 한두 번이고 모임은 분기별로 모여 밥 먹고 커피 마시면 헤어지는 아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 모여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힘든 일이 생기거나 아이들을 비교하거나 하게 되면 자연히 멀어진다. 혹시나 싱글이 된 친구가 있으면 남편이야기도 하기 힘들고, 아직 취준생 자녀가 있으면 자녀이야기도 자랑질로 비추어질 것이고, 만나서 손자, 손녀 자랑질 해대거나 남편 자랑질 조금 하거나, 혹시나 부동산 대박이라도 난 친구가 한 명 있으면 그 모임은 그날로 끝이 난다.
서로 비교하는 세상
조심해야 할 말도 너무 많고 금기시되는 주제도 너무 많다.
이 규칙에서 벗어나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 두기가 정해진다.
그런데 동네사람들(엄격히 아줌마들, 할머니들)은 직장으로 엮이지도 않았는데 동창도 아닐 텐데 어찌 이리 절친같이 살갑게 부르고 챙기고 하는 것일까?
<붉은 노을처럼 모든 것이 같이 물들 수는 없을까?>
동네에서 친구는 어떻게 사귈 수 있을까?
운동 모임이나 취미 모임에서 그녀들은 모두 "언니"였다.
나보다 어려도 언니이고 나보다 많아도 언니이고 모두 서로서로 "언니, 언니"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입이 떨어지지도 않고 누가 나보고 언니라고 부르면 일단 자연스럽게 받아지지가 않는다.
그러다가 겨우 안면 튼 사람과 연결고리가 되어서 서로 억지로 대화하는 곳에 끼여서 나도 "언니"를 불러볼 참이었다. 이미 전업주부로써 오랜 시간 인연을 맺은 그들과 달리 나는 뭉쳐도 뭉쳐지지 않는 모래가루 같은 존재로 파도 한번 치면 사라지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다.
도대체 동네친구는 어찌 사귈 수 있을까?
아주 오랫동안 전업주부로써 내공이 쌓이고 그들 사이에서 안면을 트고 서로 언니임을 인지시키면서 대화하지 않은 이상 곁다리였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보다 조금만 잘난 것 같으면 그거로도 안되고, 조금만 부족한 것 같아도 그거로도 관계는 이어지지 않았다.
퇴직 후 여러 모임에서 동네친구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으나 그들의 울타리에 들어갈 수 있는 만능키 "언니~"가 자연스럽지 않은 이상 이 난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친구에게 하소연했다.
그 친구의 대답은 어찌 그리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붕어빵 같았다.
그리고 새로 친구를 더욱이 동네친구를 사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그냥 취미로 만나는 동호회 같은 곳에서 일회성 만남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그나마 옛 친구들도 조금이라도 상충되는 느낌이 있으면 바로 정리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어느새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나이 들어서 사람 사귈 필요 없다",
"이런 친구는 멀리하라" 류의 알고리즘만 늘어갈 뿐이다.
거울을 보면서 "언니~"를 10번 연습을 해보아도 아니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