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은 저 멀리에 ~

by 로라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두 가지였다.

다이어트와 영어공부.

매 년 해야 할 일에 오르고, 또 매 년 버려졌다.

연초 다이어리에는 수없이 다짐한 다이어트 계획과 영어공부 스케줄이 적혀있다.


지금도 다이어리에는 수많은 단어들이 줄줄이 붉은색 동그라미, 파란색 별표 낙서하듯이 되어있으니

그 문장과 단어들 사이에서 표식들은 열심히 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이며 다짐이다.

그 다짐들이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지금은 그런 각오가 적혀있을 리 만무하다.


다이어트 입장에서 보면 난 평생 다이어트 인생인가 보다.

도돌이표에 지치고 이제 지친 내 몸을 '열심'이란 포장지로 더 이상 묶지 않는다. 거실 정 중앙에 있던 체중계는 재지 않은 지 오래다.

나는 체중계를 버리고 고지혈증을 얻었다.


영어공부에 대하여 할 말이 너무 많다.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10번 들어서 안되면 100번, 100번 들어서 안되면 1000번이라고 맹세하면서 출근 길에 영어회화를 들었다.

단어를 옮기며 적기도 하고

미드를 보면서 외우기도 해 보고

팝송을 들으면서도 해 보았다.

공항에서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내가 너무 이상했다.

아뿔싸~ 우연히 나의 청력이 한참 정상인에 못 미치는 것을 발견하고 정말 실망하고 슬펐다.

그렇다! 나는 영어공부를 해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귀의 청력이 그리 떨어져서 영어 발음을 올바르게 알아듣지 못하니 듣기를 안 하고 눈으로 하였던 모양이다.

나는 헤드셋을 벗어던지고 보청기를 얻었다.


나에게 "열심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무엇이든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하면 해낼 줄 알았고 하기 싫어도 이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치도록 밀어붙이면 되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무슨 일이던 열심히라는 말은 재미가 없다는 표현의 반어법일지도 모른다.

진심 재미있는 일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은 그냥 알아서 나 스스로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만 하는 일에 우리는 '열심히'라는 말을 붙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재밌고 즐거운 저절로 되는 일들을 할 것이다.

퇴린이가 되기 전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 세월동안 참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중국의 그 긴 장강도 결국은 밀려오는 물에 의해 떠내려가지 않는가?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정해지지 않은 기간의 놀이터에 이제는 그 '열심히'라는 이름표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 '재미있는'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고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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