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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린 Aug 17. 2024

호주의 어린이집

아이와 우리의 첫 사회생활

어린 나이에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공부를 시작했고 취직을 하게 됐다. 맞벌이를 하게 됐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고, 집 근처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찾았다. 

국공립이지만 약간 펄스널 서비스를 받는 듯 느낄 만큼 세심했던 호주의 어린이집 교육시스템에 매료되었다. 


개개인의 펄스널 요구사항 

0세부터 2세까지의 아이들은 두 교실에 나누어 있었는데 한 반에 정원은 8명. 선생님은 한 반에 두 분 이셨다. 한 선생님당 4명만 돌보신다. 호주는 개인성이 강하고 그것을 매우 존중하는 나라이다. 특히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에 관해서는 특별히 더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분유, 기저귀, 물티슈, 기저귀 발진크림등이 있지만 부모가 원하는 특정한 물품이 있다면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에 제공하고 선생님은 각 아이의 부모의 요구사항에 따라 특정된 분유, 기저귀 발진 크림, 물티슈를 사용한다. 이외에도 특별히 쓰는 로션이 있다거나 젖병까지도 아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어린이집에 요청해서 우리 아이만 쓰도록 할 수 있다. 혹시 약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나 치료를 위해 약을 바르는 아이 있다면 이것 또한 선생님이 일일이 기록하고 시간 맞춰 케어해야 한다. 한 선생님당 4명만 담당하는 것은 쉬워 보였지만, 각 부모의 필요한 요청에 따라 아이를 펄스널 케어 급으로 돌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 선생님들을 고된 일의 특성을 고려해 선생님들은 아침과 오후로 나뉘어서 교대로 일을 하신다. 



건강한  낮잠

호주의 어린이 집에서 신경 쓰는 부문 중 하나는 아이들의 야외 활동이다. 공기가 차가워도 해가 나기만 하면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 뒷마당 놀이터로 나간다. 0세에서 2세 반이라 아직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최소 하루에 한 번은 꼭 야외를 데리고 나간다. 어린 영유아 아이들이 나가는 뒷마당에는 큰 펜스가 있어 큰 아이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있어서 영유아 아이들이 맘 놓고 놀 수 있는 환경이었다. 아주 매서운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해가 따스한 날,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뒷마당에 밖에 매트리스를 펴두고 아이들 낮잠을 재운다. 조금이라도 추우면 꽁꽁 싸매고 바람 불면 날아갈까 노심초사 아이를 키운 나는 처음 그런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돈을 내고 어린이집을 보냈더니 아이들이 난민처럼 밖에서 자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서는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된 야외활동으로, 아이들은 추워도 추위를 견딜 수 있고 더워도 더위를 견딜 수 있는 단단한 몸을 가진다고 믿는다. 실제로 호주 어른들을 보면 이런 교육 때문에서 인지 한 겨울에도 겨울을 타지 않고, 한여름에도 더위를 잘 타지 않는다. 

아이가 다치거나 아프면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치거나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면 부모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는 부모에게 심각성을 알린다. 아이가 당장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항이라면 부모가 바로 픽업을 할지 나중에 픽업을 할지 정할 수 있다. 아이픽업 시에는 사고 조사서를 받게 된다. 아이가 다친 시간과 상황 그리고 어떤 선생님이 응급치료를 해줬는지 등에 대한조사서이고, 부모는 다 읽은 후 사인을 해야 한다. 혹시 아이가 감기나 수두 등 전염요소가 있는 경우 유치원에서 부모에게 아이를 바로 픽업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어린이집, 학교에서 모두 동일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아이들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와서 조기 퇴근해야 하는 것을 당연한 듯 이해해 준다. 아이가 열이 39나 그 이상인 경우 병원에선 부모 동의 없이 구급차를 불러야 하며, 구급차를 부를 시 비용은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이가 열이 나면 호주 부모들은 아이들을 아예 어린이집에 안 보내려고 한다. 



집집마다 다른 어린이집 비용

2013년 기준에 우리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 비용은 하루에 $80 정도였고 수입에 따라 나라에서 어린이집 보조금을 책정해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부모들은 그 차이 비용만 계산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라의 보조금을 꽤 많이 받았었다. 우리는 하루에 $20불 정도로 75%의 보조를 받았다. 부모의 수입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어린이집을 보내지만 각 가정마다 부담에 해야 하는 금액은 집집마다 다를 수 있다. 게다가 부모의 경제활동, 구직활동 혹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 수업시간에 따라서도 보조금의 양이 달라진다. 즉, 부모가 일을 하거나 구하려고 하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면 나라에서 보조되는 금액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매일 유치원을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어린이집 벌금제도 

어린이집 오픈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며, 6시부터 1분이라도 늦을 시에는 1불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인 우리 부부는 서로 회사에서 성과를 내서 잘 보이고 싶어 했는데 아이가 아플 때마다 조기퇴근을 해아 한다거나 벌금을 피하기 위해 칼 퇴근을 해야 할 때마다 우리 부부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건 우리 집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에 있다 보면 간혹 당신이 픽업해라 저번에는 내가 했다 등 전화로 신경전을 벌이는 회사 동료들을 자주 봤다. 그런 걸 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13개월 동안 사람들을 많이 만날 기회가 없었던 우리 아이는 낯을 많이 가렸지만 세심한 선생님들 덕분에 우리 아이는 하루하루 잘 적응해 갔다. 가끔은 남편과 살얼음판을 걷는 눈치게임도 이어지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조기 하원을 요구할까 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이어졌지만 픽업하러 갈 때마다 밝은 얼굴로 잘 지내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놓였다. 아이도 우리도 이렇게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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