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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Aug 25. 2022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사람은 서있는 곳에 따라 풍경도 달라진다

"너는 비혼주의자가 아니야, 너가 원하는 결혼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지."


20대 초중반에 친구에게 들었던 말을 당시에는 비웃었다. 

21살부터 나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부모의 결혼 생활이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았고, 

주변에 행복한 결혼이나 부러울 법한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여성이 결혼한다는 것은, 

커리어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 접어야 한다는 점도 잘 알았다. 


드라마PD라는 직업을 꿈꾸고 커리어를 쌓기로 마음 먹은 후에는 더더욱 그랬다. 

드라마PD는 PD들 중에서도 이혼률이 높은 걸로 악명 높다. 

끊임없이 험난한 드라마 촬영 현장을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렇다. 

아예 결혼을 안하거나 이혼을 한 선배들을 보며 생각했다. 

커리어와 사랑, 둘 중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커리어를 선택하겠다고. 

사람은 배신할지언정 커리어는 배신을 하지 않고, 

사랑을 택하기에는 내 자신이 지독히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인 것을 알았다. 

사람과의 사랑을 포기하고 커리어와의 사랑을 택한다면 

그것도 나쁜 길은 아닐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주변 친구들이 삼재 아니냐고 말한 작년은 내 가치관을 엄청나게 흔들어놓았다. 


최선의 선택으로 한 퇴사, 

"사랑은 헤까닥해야 할 수 있는 건데, 너는 너무 냉정하고 무심해서 연애를 못하잖아."

라는 말을 듣던 나를 살면서 거의 유일하게 흔들어놓은 사람과의 재회가 흔들어놓았다. 

커리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내가 예상치 못한 일로 배신을 겪을 수 있음을, 

그 배신을 겪었을 때 서포트하는 가족의 존재가 생각보다 중요함을, 

친구들에게 연애 상담을 할 때는 그 누구보다 단호하고 냉정한 내가

결국은 아침에 눈을 뜰 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일상을 원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욕심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욕심이 난다. 

이번에도 어긋나버린 상황과 타이밍에 계속 눈물을 쏟았으면서도. 




용기가 없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다.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 오해를 방치하는 내 자신이 싫다. 

첫 정규직 회사를 그렇게 퇴사한 후에 끊임없이 원서를 넣는 끈기가 대단하다는 말을 듣지만,

결국 내 자신이 나약한 외강내유형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동수 작가님의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에서

작가님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중 7번째는 

'부럽다'보단 '멋지다'로 표현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감정은 '멋있다'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멋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부자다.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5년만에 연락이 닿았을 때 누군가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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