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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Jul 16. 2018

더 다양하고 행복한 며느리를 위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질문이 필요한 가족


해답을 찾아 나선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4-5월에 전국의 며느리들에게 엄청난 공감을 받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정규 편성이 되었다. 정규 편성되었다는 소식에 기쁘기도 했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며느리 관찰 예능을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3회 방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몇 달 이상의 정규 편성 프로그램에서 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가진 채로 정규 방송을 기다렸다. 


뚜껑을 열어본 정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방향성을 찾은 듯하다. 파일럿 방송 때에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고발 프로그램에 가까웠다면, 정규 방송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들이 어떻게 행복의 나라로 갈 수 있는지 해답을 찾는데 더 주력한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어떻게 해답에 더 가까워졌는지에 대해 보고자 한다. 


조언자가 왔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작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애초에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예능을 표방했다. 그래서 며느리의 입장에서 해결방안을 줄 수 있는 패널들이 파일럿 때부터 꾸준히 등장했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시사회에 참가한 후 쓴 리뷰가 MBC 블로그에 올라왔고, 파일럿 프로그램 때는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이 패널로 참가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며느리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보고 해석할 수 있는 패널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규 편성 때는 한층 더 다양한 패널들이 등장하였다. 우선 <며느리 사표>의 김영주 작가가 패널로 등장한 것은 반갑고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며느리 사표>는 작가 본인이 23년간 며느리로 살다가 ‘며느리 사표’를 내고 본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대로 담은 에세이집이다. 자신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의 조율에도 성공한 김영주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들의 조언자로서 1,2회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 한편, 3회에 등장한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박은지 작가는 3년 차 며느리로 신세대의 입장에서 대화법을 설명하는 패널이었다. 여러 패널들이 같은 며느리이자 같은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었기에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패널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으면 한다. 


왜 며느리는 이상한 나라에 왔을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정규 편성에 들어 달라진 점을 또 찾아보자면, 파일럿 때에 비하여 질문을 더 많이 던진다는 점이다. 파일럿 때는 세 며느리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면, 정규편성 이후로는 며느리의 일상에 ‘질문’을 더 던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곧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갖는 차별점이 된다.



그동안 고부 갈등, 며느리의 아픔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러나 그동안 며느리가 힘든 이유를 ‘못된 시어머니’ 혹은 ‘무능한 남편’에서만 찾는 시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콘텐츠가 대다수였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의 문제인데, 개인에게서만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부갈등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만 보일뿐, 시아버지와 남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질문한다. “왜 여자는 결혼하면 시댁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왜 시댁 어른들은 늘 손주를 원할까?” 등의 질문은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시청자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준다. 이와 같은 질문들의  패널들이 더 심도 있게 말하기도 한다. 


'상상 이상의 며느리', 정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정규 방송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람은 새로운 며느리, 안무가 마리다. 스스로가 워낙 마리-제이블랙 부부의 팬이라 두 사람이 출현한다고 했을 때 꽤나 설렜다. 그리고 두 부부는 실제로 다른 부부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제이블랙은 마리보다도 설거지나 요리에 능숙한 편이고, 시댁도 마리에게 가사노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리-제이블랙 부부는 분명히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있어서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고, 또 다른 며느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마리를 ‘상상 이상의 며느리’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마리는 시댁에 갈 때도 개성 강한 옷을 입고 가사 노동을 덜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며느리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시어머니에게서 2세에 대한 압박을 받기도 한다. 다행히 남편 제이블랙이 마리의 입장에서 단호하게 말하고, 이는 매우 상식적인 대응이다. 문제는 현실 속에서 많은 남편들이 이처럼 대응하지 못하고, 제이블랙의 대응이 매우 ‘특별’해 보인다는 것이다. 며느리라고 해서 꼭 시댁에 갈 때 얌전하고 우아한 옷을 입어야 하는가? 시댁에서 2세, 손주를 요구하라고 하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가? 꼭 가사 노동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네일 아트를 하지 말아야 하는가? 


며느리도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니, 뭐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도 며느리들의 행복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 아닌가. 그렇다면 마리를 ‘상상 이상의 며느리’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며느리인 동시에 개성 있는 안무가로서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가족을 위하여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아직 행복의 나라로 가기 위한 솔루션을 찾고 있다. 며느리가 행복한 나라로 가려면, 더 나아가 모든 가족 구성원이 책임을 지고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안에 있다. 파일럿 때 가장 큰 반응을 불러 모은 박세미-김재욱 부부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박세미 씨의 모습에서 인상 깊은 두 장면이 있었다. 첫 장면은 시어머니 김상옥 씨가 박세미에게 옛날이야기를 할 때다. 시집살이를 며느리에게 털어놓는 시어머니. 결국 시어머니나 며느리나 한 가족의 ‘시집 온’ 사람으로서 책임을 감당하고 사는데, 어느 순간 며느리의 굴레는 반복되고 만다. 며느리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 장면은 둘째 출산 이후 모유 수유를 위한 가슴 마사지를 같이 배우던 부부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 방송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남편이 육아에 함께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지만 관찰 예능 형식을 취한다. 이런 방송에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려면, 결국 대안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의 모습을 관조하는 며느리와 가족들이 고민하고 배려하며 행복의 나라로 가는 그날까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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