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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해피엔딩

<맘마미아! 2>: 도나를 추억하며

by 유녕
※ 브런치 무비 패스로 미리 본 영화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나는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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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처음 <맘마미아 1>을 보았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 나는 아직 중학생이었고, 가족들과 함께 보러 갔다. 가족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가끔 아빠가 맘마미아 OST를 흥얼거릴 때가 있으니까. 아만다 사이프러스가 언니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도 빼먹지 않고 말이야.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적인 뮤지컬 영화로 기억된 <맘마미아>가 드디어 속편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무려 10년 만이다. <맘마미아 1>는 9월 개봉이라 영화 배경에 비해 날씨가 조금 시원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딱 날씨에 맞춰(…) 8월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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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도나(메릴 스트립)가 많이 나오지 않는 데에는 조금 실망했다. <The Winner Takes It All>을 멋지게 부르던 메릴 스트립이 이제 더 이상 없다니. 그래도 10년 만에 나오는 속편인데 거의 동일한 출연진이 나오는 것은 만족스러웠다. 어머니 도나는 플래시백으로만 등장하지만, 왜 일부러 도나가 직접적으로 나왔는지는 이해가 됐다. 왜냐하면, 소피 곁에 도나는 아직 있다. 이가 바로 <맘마미아 2>를 관통하는 주제다.


도나의 자취를 쫓는 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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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다시피, <맘마미아 2>에서 어머니 도나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맘마미아 2>에서 도나는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오고, 소피는 도나를 기념하기 위해 그리스에서 호텔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나의 오랜 친구 로지와 타냐가 찾아오고, 세 아빠 중 한 명인 샘도 파티에 온다. 그러나 나머지 두 아빠는 호텔 개장 파티에 오지 못한다. 해리는 일본에서 중요한 M&A 계약이 있고, 샘은 위대한 스웨덴인 상을 받아야 한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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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와 타냐를 오랜만에 보아서 행복한 소피지만, 모든 게 평탄하지는 않다. 남편 스카이는 뉴욕에 호텔 관련 연수를 하러 갔다가 그리스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스카이는 연수 후에 뉴욕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둘은 잠시 사이가 틀어진다. 소피가 이를 털어놓는 사람은 소피와 타냐다. 여기서부터 젊은 도나가 등장하여 소피가 오버랩된다. 소피가 스카이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나가 세 남자(현재 소피의 세 아빠)와 겪는 일들이 나오고, 처음 도나가 들어간 허름한 집이 소피의 멋진 호텔로 변하는 과정이 나온다. 소피가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스카이에 말할 때도, 비슷한 나이에 자신을 낳은 도나를 떠올린다. 그래서 <맘마미아 2>는 전작에서 대화로만 나왔던 도나의 과거를 쫓아간다. 소피가 그래도 도나의 자취를 로지와 타냐, 그리고 샘을 통해서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생한 과거


멜빵 입은 도나.jpg


도나의 과거는 도나와 로지와 타냐가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대학을 졸업한 도나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그리스로 여정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세 남자를 만난다. 파리에서 만난 남자 해리, 섬에 가는 길에 보트를 태워주는 샘, 그리고 섬에서 만나는 빌까지. 로지와 타냐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남자 복 터졌다고 도나를 부러워하지만, 마냥 좋은 일은 아닌 듯하다. 멜빵바지를 입고 섬 마을을 누비는 도나는 사랑도 하지만, 그만큼 상처받으니까. <맘마미아 1>에서 그 상처는 딸 소피를 키우면서 치유되었고, 결국은 샘과 화해한다. 그러나 도나의 과거는 마냥 행복하지 않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딸 소피를 낳을 때조차 곁에 있는 사람은 오두막 주인인 아주머니 밖에 없다. 그래서 <맘마미아 2>에서 도나가 직접 나오지 않는 대신, 젊은 도나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꽤나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도나의 과거를 경쾌하게 풀면서도 도나의 아픔을 놓치지는 않는다.


여전한 가족과 사랑
할머니ㅋㅋㅋㅋㅋ.jpg 초대받지 않았는데 파티 온 외할머닠ㅋㅋㅋㅋㅋㅋㅋㅋ


도나의 과거와 소피의 현재는 영화 전반에 계속 교차되어 나타난다. 과거에 도나와 빌이 도와줘서 결혼한 부부도 등장하고, 영화 내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소피의 외할머니도 드디어(!) 등장한다. 외할머니의 등장이 생뚱맞았다는 반응도 꽤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외할머니가 나오는 데는 어느 정도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맘마미아>와 같은 뮤지컬 영화가 강조하는 가치는 가족과 사랑이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에서 떠나지 않았던 소피의 외할머니가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등장해서 모두를 놀라게 하고, 하필 그 호텔 개장 파티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남자를 만나는 거다. 그렇게 파티 당일에 스카이가 소피를 위해 그리스로 돌아오고, 해리와 빌 역시 소피를 위해 일정을 비우고 온다(저 둘이 보트에서 타이타닉 포즈 하는 게 압권이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맘마미아는> 다소 뻔한, 다 같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래도 괜찮다. <맘마미아>의 넘버들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리는 여름에 아름답게 그리스의 풍경과 해피한 스토리를 즐기면 그만이다.


PS 1. 10년 만의 속편인데 아만다 사이프러스는 그대로다.

PS 2. 콜린 퍼스 팬이랑 봤는데 쿠키 영상을 안 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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