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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Aug 07. 2019

어쩌다 콘텐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Since 2017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


이 짤이 생각났다면 맞다(...)


브런치 작가를 오래 해온 입장에서 말하긴 부끄럽지만, ‘브런치 작가’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스펙이 된 것 같다. 영상의 시대에 오히려 글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브런치의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브런치 팀의 심사를 통해 선발된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했기에 수요가 꾸준히 존재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삼수, 오수를 하는 사람이 해가 갈수록 늘고, 오죽하면 ‘브런치’의 구글 검색어에 ‘브런치 작가 수입’이 뜨냔 말이다. (혹시나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브런치 작가가 된다고 해서 직접적인 수입이 생기는 건 없다. 정말로.)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작가였다. 2016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지금까지 총 71개의 글을 실었고, 카카오 채널/다음 검색어/다음 메인/브런치 메인 등에 노출된 글도 있었고, 브런치 무비패스와 MBC 청년시청자위원회 M씽크 활동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 김 빠지는 소리를 하자면, 나는 처음부터 브런치에 이 악물고 “책을 꼭 내겠어!”라는 마음으로 임해온 사람은 아니다. 그저 오랫동안 글쓰기를 좋아하여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고,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만 해도 나의 브런치는 그렇게 컨셉이 뚜렷한 공간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글은 자신이 직접 컨셉을 잡고 브런치 작가가 될 준비가 완료된 사람들에게는 별로 쓸모가 없는 글이다. 오히려 어떻게 해야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쓸만한 글과 소재가 무엇인지 스스로 정확히 모르는 사람에게 유용한 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대뽀였다


내가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2016년 여름이었다. 그 이전에 글을 쓰는 용도로 블로그를 운영한 적은 없었다. 가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꽤 있기는 했다. 브런치에 대해 알게 된 시점은 그전인데,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카카오 브런치로 플랫폼을 옮겨가면서 알게 되었다. 우선 플랫폼의 디자인 자체가 글을 읽기가 좋고 편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긴 글을 적기에 부적합한 플랫폼이라고 항상 생각해왔기에 브런치에 글을 쓰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팁을 물어본다면, 미안하게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별로 없다. 2016년은 현재보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에는 조금 더 쉬웠다. 당시에 나는 미국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슬럼프에 빠져 있는 상태였고, 그 슬럼프에 대해서 쓴 글을 단 하나만 썼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에 내 계정이 아닌 단체 계정으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승인되었기에 차이를 안다. 예전에도 작가의 서랍에 글을 3개 이상 저장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현재는 작가의 지속가능성을 더더욱 보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브런치 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만큼 출판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출판과 플랫폼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소재와 계획은 필수다. 브런치를 보면 에세이/여행/문화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작가들이 있으니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의 계정을 살펴보는 것도 추천한다. 



2016년에는 별다른 글을 많이 쓰지는 못했다. 당시에 쓰고 싶었던 젠더 관련 글, <혼술남녀> 리뷰, 그리고 일상을 적은 에세이 몇 편 정도가 고작이었다. 나의 브런치가 자리를 잡은 시기는 바로 2017년 5월이었다. 당시에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인상 깊게 보고 있었고, 그의 리뷰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들이 먹는 비빔밥>(https://brunch.co.kr/@laurenrhee/10)은 쓰고 싶은 말을 다 쓰다 보니 워드 20장이 되었다. 여러 글을 연재하는 매거진이 보편적인 브런치에서 하나의 글이 이렇게 긴 경우는 별로 없는데, 다행히 이 글은 내가 브런치에서 쓴 글 중에서 처음으로 다음 메인에 노출된 글이었다. 페이스북(공유로 인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음 메인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고 2달 후에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 카페에도 올라가서 기함을 했다. 그리고 그 리뷰로 브런치 무비패스를 처음 시작했다. 


구성과 마감이 작가를 살린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콘텐츠 비평 작가가 될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 이전에 페이스북에 주로 써온 글들이 에세이류거나 젠더 관련된 글들이 많았고, 드라마라면 모를까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브런치 무비패스를 시작하면서 영화 시사회 참석이 점점 내 일상으로 들어왔고, 이제는 브런치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도 영화 리뷰를 자주 쓰는 편이 되었다. 처음 생각했던 에세이보다는 콘텐츠 비평을 브런치에 자주 쓰게 된 이유는 정말 단순하게 2가지다. 첫째, 에세이보다는 콘텐츠 비평 글이 반응이 더 좋았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공감하겠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반응이 좋은 글은 대부분 다르다. 나에게 전자는 에세이였고 후자는 콘텐츠 비평 글이었다. 브런치 무비패스로 쓴 글들 역시 처음에 쓴 <힘쎈여자 도봉순> 리뷰들과 비슷하게 반응이 좋았으며, 이는 브런치 무비패스를 오랫동안 하고 MBC 청년시청자위원회 M씽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오랫동안 브런치 무비패스를 하면서 직접 시사회 초청 메일을 받는 일도 생길 정도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톡에서 이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사고 싶어 졌다...


두 번째 이유는 앞의 이유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데, 바로 “써야 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무비패스와 M씽크를 하면서 매번 마감에 쫓기듯이 글을 썼다. 마감에 시달리는 작가들의 고충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작가가 글을 쓰게 만드는 것 역시 마감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글감이 있다가도 쓰지 못하고 날려먹는 적이 많은, 게으른 작가다. 그래서 지금도 콘텐츠 비평이 아닌 일상 에세이/연애 카테고리는 많이 쓰지를 못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오랫동안 글을 많이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마감이 있는 프로젝트(브런치 무비패스, 브런치 콜라보, 북 프로젝트, MBC 청년시청자위원회 M씽크 등)는 무조건 많이 지원하기를 권한다. 지원해서 되면 좋고, 아니어도 그 프로젝트를 위해 썼던 글 하나 정도는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없더라도 본인 스스로 마감을 정하는 방법 역시 효율적이다. 


콘텐츠 비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살짝 팁을 알려 주자면, 비평은 구성이 핵심이다. 나의 브런치 비평 글을 오랫동안 지켜온 독자들을 파악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비평 글들은 주로 정해진 구성이 있고 거기에 쓰고 싶은 핵심들을 미리 배치한다. ‘인트로-본론 1,2(많으면 3)-결론’ 정도로 미리 소제목까지 쓰고 글을 쓰고, 스타일 상 디테일은 잘 쓰지 않는다. 디테일은 스타일에 달리지만 짜 놓은 구상에 따라 글과 제목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브런치로 오세요


그렇게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되었고, 브런치와 함께 한 활동 때문에 진로가 바뀐 점도 존재했다. 브런치 구독자가 처음으로 100을 넘겼을 때도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현재는 영화 매거진이 글 30개를 만족하여 POD 자가 출판이 가능한 상태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편집하여 책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나의 브런치에 더 원하는 점이 있다면, 콘텐츠 비평은 꾸준히 하되 다른 영역도 차근차근 늘려나가는 것이 꿈이다. 에세이도 조금 더 쓰고 자타공인 연애 상담가로 불리는 만큼 연애 카테고리 글들도 쓰고 싶다. 여행을 간다면 여행 글도 조금 써보고 싶고. 다만 게으른 작가라 올해도 잘 되지는 모르겠다.


브런치 작가로서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점이다. 브런치 무비패스를 할 때도 영화에 대해서 가감 없이 비판할 수 있었고, 내가 쓰고 싶은 주제들이 글을 읽기 좋은 플랫폼에 ‘작품’이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브런치에 도전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도전이 성공한다면 얼마나 진득하게 글을 쓸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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