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처음 만난 날

by 김지현

장마철의 모처럼 개인 날이었다. 체육관에 가는데 새끼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 녀석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눈은 붓고 짓물러 감다시피 했고, 코에는 코딱지가 검게 눌어붙어 있었으며, 다리는 비실비실했다. 안 됐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잠깐 마주 보고 섰다가 돌아섰다.

다음날 장대비를 뚫고 체육관에 가는데, 전봇대 아래에 빈 참치 캔이 놓여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새끼 고양이가 떠올랐다. 거기는 전날 녀석이 있던 자리였다. 누군가가 녀석에게 참치 캔을 주고 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차 소리에 섞여 새끼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녀석이 비를 쫄딱 맞고 서서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그냥 갈 수도 뭘 어떻게 해줄 수도 없어서 바라만 보고 섰는데, 녀석이 다가오더니 내 두 발 사이에 가만히 섰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내게 그렇게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 잠바를 벗어 녀석을 감싸 들었다. 녀석은 아무 저항 없이 내게 몸을 맡겼다. 홑잠바 너머로 쥐기 아슬아슬하리 만치 작고 여린 몸이 만져졌다. 몸이 차디 찼다.

집에 가자마자 뜨거운 물에 씻겨 털을 말린 뒤 목이 긴 양동이 안에 녀석을 눕혔다. 돌아다니지 못하게 가둔 건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녀석은 곧바로 잠들더니 뒤척이지도 않고 잤다. 죽은 게 아닌가 싶어 양동이 안을 들여다보면 작은 배가 규칙적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녀석은 저녁이 다 돼서 일어났다. 마땅한 가방이 없어서 녀석을 양동이에 넣은 채 뚜껑을 덮어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가 감기 주사를 놔주면서 몸무게가 적게 나가니 잘 먹이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병원에서 사온 캔 사료를 줬다. 그런데 녀석이 사료를 먹는 게 아니라 입을 대고 젖 빨듯이 빨다가 말고, 살이 드러난 내 팔과 목에 매달려 젖 먹는 시늉을 했다. 젖도 안 뗀 갓난이였던 것이다. 목욕시킬 때 배가 빵빵해서 전봇대 아래 비어 있던 참치 캔을 먹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미 젖을 먹었던 것이다. 녀석의 배가 홀쭉했다. 입을 벌려 캔사료를 조금씩 넣어주니까 잘 받아먹었지만, 배는 처음처럼 빵빵해지지 않았다. 어미가 잘 먹이던 애를 데려다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원래 있던 자리에 녀석을 데려다 놓고 싶었지만,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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