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다는 자식1

by 김지현

“요다는 내 자식이야.” 남자친구 진우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자식 아니야. 고양이지.” 내가 대꾸하면 진우는 발끈한다. “요다가 왜 고양이야?”

처음에 요다를 데려왔을 때 진우는 병균 옮는다면서 만지길 꺼렸고, 경계심을 푼 뒤에도 고양이 알레르기를 이유로 거리를 뒀다. 그런데 진우에게 요다를 맡기고 여행을 갔다 두 달 만에 돌아오니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진우는 요다 곁에 있기 위해 기꺼이 이비인후과 약을 달고 살았고, 요다를 바라보는 얼굴엔 행복 가득한 웃음이 피어났다.

여행가기 전에 나는 건사료를 줬는데, 여행에서 돌아오니 진우는 캔사료를 줬다. 캔사료를 주는 건 번거로운 일이다. 건사료는 그릇 가득 쏟아놓고 알아서 먹게 하면 되는데, 캔사료는 먹을 때마다 적당량을 덜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캔사료를 준 뒤로 요다가 밤마다 일어나 밥을 달라고 울었다. 나는 모른 척해서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진우는 매번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일어났다.

탁탁탁탁. 아침마다 도마질 소리에 잠을 깼다. 진우가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면서 사료에 사과채를 섞어줬다. 사과 맛을 알 리 없는 요다에게 비싼 사과를 주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과를 두 종류 사다가 크고 비싼 건 사람 거고 작고 싼 건 요다 거라고 했더니, 진우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냐며 놀랐다. 식구끼리 좋은 걸 먹으면 다 같이 먹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였다. 진우의 반응에 나도 놀랐다. 사람 먹는 귀한 음식을 동물에게 주는 게 아니라는 건 내가 오랫동안 지녀온 상식이었다. 그런데 그에 따른 행동이 자기만 아는 이기심이요, 인색함으로 비난받고 있었다.

나는 사람도 못 먹는 음식을 동물에게 주는 걸 죄악으로 여기던 가난한 시절에 자랐다. 그 시절에도 개를 집안에서 키우면서 옷을 입히고 끼니마다 고기를 먹이는 부잣집은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행태를 여간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고로 개는 밖에서 키워야 한다면서 개를 집안에 들이는 걸 비난했고, 사람도 못 먹는 고기를 개에게 먹이는 데 분노했으며, 개에게 옷을 입힌 걸 보고는 별 희한한 짓을 다 한다면서 비웃었다. ‘웃으면 복이 와요’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코미디 프로다. ‘개로 환생한 아버지’ 편은 개를 사람처럼 대접하는 이들에 대한 풍자였다. 서영춘이 연기한 효자 아들은 죽은 아버지가 개로 환생했다면서 떠돌이 개에게 한복을 입혀 안방의 상석에 앉히고,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고, 끼니마다 잘 차린 상을 올렸고, 나중에는 성대한 환갑 잔치까지 열었다. 온 국민이 티브이 앞에서 그가 하는 바보짓을 보며 웃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코미디는 현실이 됐다. 요다가 우리 집에 온 지 1년째 되던 날, 진우가 케이크를 사왔다. 생일 축하 문구가 새겨진 주문 케이크였다. 우리는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진우에게 안겨 몸을 뒤틀던 요다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저 가고 싶은 데로 가버리고, 케이크는 진우랑 나랑 둘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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