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by 김지현

다들 자가 격리를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평소에도 집에만 있는 터라 자가 격리 2주쯤은 힘 안 들이고 할 자신이 있었다. 집안에 갇히는 게 어떤 건지 몰라서 가졌던 자신감이다. 보통 때는 집에 있어도 집안에만 있는 건 아니다. 수시로 마당에 들락날락 하고, 답답하면 동네 한 바퀴를 돈다. 그런데 기온이 연일 35도를 넘어가면서 정말로 집안에 갇혀버렸다. 열기에 포위된 채 집안에 갇혀 종일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몇 번이나 창문을 열어보았다. 그때마다 열린 창 틈으로 숨 막히는 열기가 얼굴에 훅 끼쳐왔다. 창밖이 어둑해지자 더는 참을 수가 없어 밖으로 탈출했다. 골목에는 낮의 열기가 고스란히 고여 있었지만, 머리 위에서 이글대는 해만 없어도 한결 돌아다닐 용기가 났다.

한낮에 그늘을 찾는 절박함으로 바람을 찾아다니며 걸었다. 바람, 바람, 바람 없고, 바람. 길 한 쪽이 트인 도로를 걷는 동안 줄곧 불어오던 바람이 도로 중간에서 뚝 끊겼다. 비탈에서 자라나 길 위로 가지를 뻗은 잣나무 세 그루가 산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고 있었다. 바닷가 마을의 방풍림을 볼 때마다 겨우 수십 그루의 나무가 바닷바람을 막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세 그루 잣나무를 지나는 동안 바람 한 점 없었다. 숨을 참고 잰걸음으로 잣나무를 지나자 다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쫓아다니다가 벌겋게 익은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대문을 여니까 고양이들이 따라 들어왔다. 옷을 훌훌 벗어 빨래줄에 걸고 수돗물을 틀었다. 화장실 물과 수돗가 물은 한 파이프에서 나오는데도 성격이 딴판이다. 화장실 물이 극내향이라면 수돗가 물은 극외향이다. 고무 호수에서 쏟아지는 물이 웃음처럼 쾌활했다. “으 차거!” 등에 물을 끼얹으니 비명이 절로 났다. 발 밑에서 맴돌던 찰리가 사방으로 튀기는 물을 피해 저만치 물러났다. 요다와 고소영은 장독대 계단을 한 칸씩 차지하고 엎드려 있었다. 백일홍 활짝 핀 마당에 여름 정취가 물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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