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찰리

by 김지현

찰리는 밥 먹을 때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않았다. 다른 고양이가 먼저 먹으면 그릇에 처박고 있는 상대의 머리를 밀어내고 밥을 뺏아 먹었고, 상대가 안 밀리고 버티면 그릇과 머리 사이의 빈틈으로 앞발을 넣어서라도 안에 든 걸 뺏아 먹었다. 자기 걸 따로 줘도 자기 걸 먹다 말고 남의 걸 뺏아 먹었다.

옥상까지 요다를 따라간 찰리

찰리는 형들을 쫓아다니는 어린 동생처럼 큰 고양이들을 쫓아다녔는데, 유독 요다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요다를 봤다 하면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야옹거리며 다가가 요다의 목에 자기 머리를 비볐다. 비빈다기보다 박치기했다. 요다가 그 힘에 떠밀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도망치면 옆구리에 바싹 달라붙어 따라가며 요다의 목에 머리를 박았다. 좋다고 하는 행동이지만, 요다는 질색했다. 찰리를 보면 도망쳤고, 하는 수 없이 그 앞을 지나야 할 땐 후다닥 달음질쳤다.

그때까지 긴코와 고소영은 우리 집 담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 안은 요다의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찰리는 요다를 쫓아 우리 마당에 주저 없이 들어왔고, 요다가 창문을 통해 집 안에 들어가니까 자기도 따라 들어가겠다고 방충망을 박박 뜯었다. 어쩌는지 보려고 방충망을 열어줬더니 찰리는 망설임 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요다는 놀라 의자 밑으로 숨었다가 찰리가 달려들자 창문 밖으로 도망쳤다.

스토커가 따로 없었다. 찰리는 종일 마당에서 죽치고 있다가 창문으로 나오는 요다에게 달려들었다. 요다는 찰리를 피해 밖에 나가자마자 담 위로 뛰어올라갔다. 처음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찰리를 떼 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찰리가 요다를 쫓아 높은 곳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요다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집안에서도 찰리 우는 소리가 나면 안절부절못했고, 밖에 나갈 때마다 잔뜩 긴장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요다는 찰리를 피해 후다닥 지나칠 뿐 더는 마당에 머물지 않았다.

야적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긴코와 고소영이 보이지 않았다. 찰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고양이들이 떠난 자리는 찰리의 차지가 되었다. 밖에 나가면 찰리 혼자 나를 맞았다. 찰리는 야옹거리며 나를 쫓아다니다가 내가 서면 내 발등에 올라서고, 내가 앉으면 내 무릎에 올라앉아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고 졸랐다. 스킨십을 갈망하던 나는 얼씨구나 하고 찰리를 끌어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찰리는 금세 자라더니 더는 고양이들을 쫓아다니지 않았다. 긴코와 고소영이 돌아왔다. 아침에 쪽문을 열었더니 고양이 세 마리가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야적장 구석에 마련된 노란 나무 상자 안에 사료 그릇을 넣어 줬다. 긴코가 그 안에 들어가 밥을 먹는 동안 찰리와 고소영이 그 앞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그 모습이 옛날 가난한 동네의 공중화장실 앞 풍경 같았다.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찰리, 요다, 고소영, 긴코.

(그림 설명-야적장에 머무는 고양이 숫자는 마치 정원이 있는 것처럼 두셋을 넘지 않았다. 멤버는 계속 바뀌었다. 돌아보면 찰리, 긴코, 고소영이 같이 했던 이 짧은 시기가 야적장의 화양연화였다. 그때 고양이들은 모두 젊고 건강했고, 나에겐 이별의 기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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