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by 김지현

“퇴원하면 보호자께서 집에서 하실 일이 많아요.”

의사가 PPT 자료를 띄워놓고 당장 다음 날 아침부터 집에서 해야 할 일을 30분 넘게 설명했다. 신장의 역할을 대신할 여러 의료적 조치에 관한 것이었다.

“보조제 먹이고 피하수액 놓는 걸 매일 해야 된다고요?”

내 질문에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매일 하셔야 돼요.”

“언제까지요?”

“걔네들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건데, 단점은 치료제가 아니라서 계속해야 한다는 거예요.”

“계속이라면......살아있는 한 계속이요?”

“그렇죠.”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론 수업이 끝나고 피하수액 주사 놓기를 실습했다. 의사가 대형 주사기에 수액을 주입한 뒤 한쪽 끝에 바늘이 있는 긴 관을 주사기 주둥이에 연결했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피부가 얇고 탄력이 좋아요.”

의사가 잡아당기자 요다의 목덜미가 노인네 피부처럼 쭉 늘어났다.

“이렇게 잡고 피부와 근육 사이에 수액을 넣는 거예요.”

의사가 바늘을 건네자 진우가 내 뒤로 숨었다. 의사 앞에서 서로 안 한다고 미룰 수가 없어서 내가 바늘을 받아 요다의 목덜미에 찔러 넣었다. 의사가 피스톤을 누르니까 목덜미가 혹처럼 부풀어 올랐다.

보호자 수업을 마치고 병원문을 나섰다. 진우는 이동가방에 든 요다를 안고, 나는 처방식, 보조제, 수액과 주사기가 든 보따리를 양손 가득 들고 있었다. 진우는 요다와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기만 한 지 싱글벙글했는데, 나는 앞으로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세월을 아침저녁으로 요다 약 먹이고 주사 놓으며 살 생각에 마음이 바위덩이처럼 무거웠다. “요다야, 잘 이겨냈어. 김지현 환갑 때까지 같이 살자.” 진우가 가슴에 꼭 끌어안은 이동 가방을 토닥이며 말했다. 환갑까지 요다를 간병하며 살아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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