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치료 첫날

by 김지현

진우가 출근하는 6시 전에 아침 처치를 끝내기 위해 4시 반에 일어났다. 할 일을 정리한 리스트를 보면서 순서대로 처치를 시작했다.

1. 식전 1시간, 항생제와 유산균 복용

요다의 입을 벌려 항생제 캡슐을 집어넣었다. 요다가 캡슐을 뱉았다. 다시 집어넣었지만, 또 뱉았다. 바닥에 떨어진 캡슐이 침에 젖어 물렁했다. 마음을 다잡은 뒤 요다의 턱을 꽉 붙잡고 입을 벌려 캡슐을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었다.

가루로 된 유산균은 추르에 섞어 줬다. 요다가 유산균을 피해 추르만 먹었다.

2. 피하수액 100cc 주사

진우가 요다를 붙잡고 내가 주사를 놨다. 목덜미에 바늘을 찌른 뒤 피스톤을 눌렀다. 그런데 몸에서 밀어내는 압력이 세서 피스톤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을 주다가 바늘이 빠졌고, 바늘을 갈다가 손가락을 찔렸다. 역할을 바꿔 보기로 했다. 내가 요다를 붙잡고 진우가 피스톤을 눌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피스톤은 꿈쩍 하지 않았다. 진우가 주사기를 거꾸로 뒤집어 피스톤을 바닥에 대고 몸으로 내리눌렀다. 힘을 주다가 연결관이 빠져서 수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그 바람에 요다가 몸부림치면서 바늘이 또 빠졌다. 간신히 수액을 주사하고 나서 주사기를 치우는데 바늘 하나가 끝내 보이지 않았다.

3. 아침 식사와 인 흡착제 복용

요다가 처방식의 냄새를 맡더니 입도 안 대고 고개를 돌렸다. 입을 벌려 억지로 먹였으나 거의 다 뱉아냈다.

4. 식후 1시간, 레나메진 복용

레나메진 캡슐을 먹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아침 처치를 끝냈다.


저녁에 퇴근해 돌아온 진우와 같이 수액주사만 빼고 위의 과정을 반복했다. 진우에게 사고라도 나서 나 혼자 이 일을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진우도 같은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내게 사고가 날까 봐서는 아니고 내가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진우가 내 눈치를 보면서 비위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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