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다는 잠자는 공주처럼 자다가 기운이 조금이라도 나면 밖에 나가겠다고 온 집안의 창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늑대 소리로 울부짖고 다녔다. 창문을 열거나 방충망을 뜯고 탈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다를 전처럼 혼자 나다니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아무 거나 먹고 다닐 게 뻔했는데, 요다의 망가진 신장은 그런 음식을 처리하지 못했다.
아침저녁으로 목줄을 해서 요다를 데리고 나갔다. 목줄을 하면 목에 줄을 맨 요다만이 아니라 손에 줄을 쥔 나도 거기에 묶인다. 1미터 길이의 줄에 묶여 같이 다니는 건 한쪽 발을 상대와 묶고 뛰는 2인 3각 경기와 비슷하다. 신체 크기는 물론이고 보행속도와 리듬이 전혀 다른 사람과 고양이가 팀을 이루는 경기가 쉬울 리 없다.
요다와 나는 다니는 길부터 다르다. 요다는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개구멍으로 향하다가 내가 목줄을 잡아 끌면 마지못해 끌려와 대문으로 나갔다. 걸을 때도 길로 안 가고 자꾸만 펜스 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내가 다니는 길로는 요다도 다닐 수 있지만 거꾸로는 불가능하므로 같이 다니려면 내가 다니는 길로 다녀야 했다. 그것을 이해한 것일까. 몇 차례 실랑이를 한 뒤로 요다는 현관문을 나서면 개구멍이 아니라 대문으로 향했고 펜스 앞에선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다.
보다 어려운 과제는 서로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는 일이다. 나는 움직일 때 최저속도와 최고속도의 차이가 크지 않다.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렇다. 그런데 요다는 4배속의 슬로 모션으로 걷다가 다음 순간에는 바람처럼 내달린다. 일정 속도 이하로 걷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속 터지는 걸 참고 보조를 맞출 수는 있는데, 바람의 속도로 내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요다가 뛰면 엉겁결에 나도 따라 뛰었지만, 뒤뚱거리기만 하지 속도가 날 리 없었다. 우리는 자기 속도로 가려다가 번번이 상대에 의해 제지됐고, 서로의 눈치를 보며 누구의 것도 아닌 어색한 속도로 서성댔다.
요다와 나는 좋아하는 장소도 다르다. 요다는 나 혼자라면 절대 갈 일 없는 곳을 골라 다니면서 나 혼자라면 절대 멈춰 설 일 없는 곳을 골라 멈춰 섰다. 요다가 나를 수레 끌 듯 끌고 밭을 가로지르더니 밭 가장자리의 비탈을 올랐다.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가 아니었다. 내가 아래서 버티니까 요다도 더 못 올라가고 비탈 중간에 주저앉았다. 요다의 엉덩이를 바라보고 섰는데 한참 지나도 요다가 일어설 생각을 안 했다. “아우 다리야 나도 좀 앉자.” 나는 줄을 잡아당겨 요다를 앉기 좋은 평평한 곳에 옮겨 놓았다. 그러나 앉을 자리를 정하는 건 내가 아니었다. 요다가 구석진 곳으로 나를 끌고 가 앉았다. 그 옆에 앉았다. 요다가 좋아하는 곳은 밭일하는 이가 오줌을 누기도 좋은 곳이라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나는 그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닥이 경사진 탓에 엉덩이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불편했고, 꽉 막힌 시야는 답답했다. 자리를 조금만 옮기면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쉴 수 있었지만, 그런 건 요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아쉬운 대로 눈 둘 곳을 찾아내긴 했다. 요다 뒤로 산국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