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친구 집에 갔더니 거실에 주사기가 있었다. 친구는 자기 엄마가 당뇨라 매일 주사를 놓는다면서, 엄마가 혼자 놓기도 하고 자기가 놔주기도 한다고 했다. 주사를 맞는 것도 무서운데 그것을 놓기까지 해야 하다니. 나는 무서워서 주사 놓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내가 그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요다를 퇴원시키면서 당장 다음 날부터 주사를 놔야 할 일이 끔찍했다. 그러나 몇 번 해보니 그건 중학생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었다.
밥도 주사기에 넣어 주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사를 놓는 것과 달리 밥을 먹이는 데는 요다의 자발성과 협조가 필요하지만, 요다는 스스로 입을 벌리지도 음식을 삼키지도 않았다. 밥 먹일 때마다 손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사료의 감촉과 코를 찌르는 역한 고기 냄새도 견디기 힘들었다. 외계인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요다 스스로 밥을 먹게 해달라고 하리라. 밥을 먹이려고 요다를 붙들고 씨름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외계인에게 소원을 빌고 있었다.
유튜브로 간병을 배우면서 유튜버들의 간병 실력 이상으로 간병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다들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일상적인 태도로 고양이에게 밥 먹이고 주사를 놨다. 간병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나로서는 그런 태도가 놀랍기만 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나는 결코 그들처럼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처럼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낫지는 않더라도 상태가 좋아져서 예전처럼 생활할 수 있을까요?”
퇴원하고 얼마 안 돼서 의사에게 그렇게 물은 적이 있다.
“그럼요. 정상적으로 활발하게 살 수 있어요. 여기 오시는 어떤 보호자 분은 그러세요. 자기 애가 아픈 줄을 모르겠다고. 관리만 잘 되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어요.”
그런 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며 요다의 상태는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의사가 신장 기능이 돌아온 건 아닌지 사진을 찍어보자고 할 정도였다. 검사결과 신장 기능이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요즘은 나도 요다가 아픈 줄을 모르겠다. 요다는 늘어지게 잘 자고, 눈만 떴다 하면 밖에 나가자고 조르고, (걱정이 많은 진우가 먹는 양이 충분치 않다면서 강제급식을 병행하긴 하지만) 밥도 곧잘 먹는다. 요다가 밥그릇을 향해 쪼르르 갈 때마다 나는 그 옆에서 가만히 귀 기울인다. 와드득 와드득.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