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떨어진 고양이

똘똘이 제4화

by 김지현

언니네 데리고 다닌 게 화근이 됐다. 똘똘이는 점점 옥탑방을 못 견뎠다. 특히 혼자 있는 걸 싫어했다. 나는 집을 나설 때마다 등 뒤에서 똘똘이가 악을 쓰며 우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밤늦게 들어가면 똘똘이는 내 눈을 빤히 보면서 마룻바닥에 오줌을 눴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언제나 똘똘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똘똘이에겐 나밖에 없었다. 밥 주고, 같이 있고, 놀고, 아쉬운 소리 할 대상이 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나갈 때마다 똘똘이의 비명을 듣는 게 마음 무거웠고, 음울하게 나를 쳐다보는 똘똘이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000043970009-1.jpg
000043970011-1.jpg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복도 창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어서 멀리서 뭔가가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창가에 앉아 있던 똘똘이가 창문이 닫히며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베란다 쪽과는 달리 복도 쪽 외벽은 1층까지 수직으로 이어졌다. 9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뛰어 내려가며 나는 똘똘이의 우울이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000044960022.jpg

똘똘이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떨어졌다. 입에서 피가 났는데 아랫입술이 살짝 찢어졌을 뿐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았다. 그곳 바닥이 시멘트가 아니라 양철이었던 덕분이다. 크게 다친 데가 없다고는 해도 충격이 커서 똘똘이는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잘 서지도 못하고 밥도 먹지 않았다.


Scan_0009.jpg
Scan_0008.jpg
Scan_0007-1.jpg


똘똘이의 건강은 차차 회복됐다. 그러나 이집트의 고양이 조각상 같던 앉은 자세는 영영 회복되지 않았다. 조각처럼 균형 잡힌 자세가 늙은이의 그것처럼 일그러지고 만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시 고양이와 시골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