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이 제4화
언니네 데리고 다닌 게 화근이 됐다. 똘똘이는 점점 옥탑방을 못 견뎠다. 특히 혼자 있는 걸 싫어했다. 나는 집을 나설 때마다 등 뒤에서 똘똘이가 악을 쓰며 우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밤늦게 들어가면 똘똘이는 내 눈을 빤히 보면서 마룻바닥에 오줌을 눴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언제나 똘똘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똘똘이에겐 나밖에 없었다. 밥 주고, 같이 있고, 놀고, 아쉬운 소리 할 대상이 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나갈 때마다 똘똘이의 비명을 듣는 게 마음 무거웠고, 음울하게 나를 쳐다보는 똘똘이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복도 창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어서 멀리서 뭔가가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창가에 앉아 있던 똘똘이가 창문이 닫히며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베란다 쪽과는 달리 복도 쪽 외벽은 1층까지 수직으로 이어졌다. 9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뛰어 내려가며 나는 똘똘이의 우울이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똘똘이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떨어졌다. 입에서 피가 났는데 아랫입술이 살짝 찢어졌을 뿐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았다. 그곳 바닥이 시멘트가 아니라 양철이었던 덕분이다. 크게 다친 데가 없다고는 해도 충격이 커서 똘똘이는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잘 서지도 못하고 밥도 먹지 않았다.
똘똘이의 건강은 차차 회복됐다. 그러나 이집트의 고양이 조각상 같던 앉은 자세는 영영 회복되지 않았다. 조각처럼 균형 잡힌 자세가 늙은이의 그것처럼 일그러지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