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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Nov 01. 2019

외벌이는 무슨 재미로 사나요?

팍팍한 살림이지만 놓치지 않는 재미 '홈카페'

외벌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 홈카페


 사실 외벌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결혼하고 얼마 안돼서 남편이 퇴사를 한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도 나름대로 아껴가며 지내고 있었는데 문제는 바로 내 커피였다. 직장에 가기 싫을  스타벅스에서 라테 한 잔, 동네 카페에서 라테 한 잔 들고 가면 전투력이 생기면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커피값이 작은 게 아니었다. 결국, 정말 정말 출근하기 싫은 날 사 먹었는데 사 먹으면서도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그러면서도 일하는데 이런 거 하나 못 사 먹나 싶어 우울해지기도 했다.


 이런 감정이 드는 시기를 지나 남편은 다시 직장을 구하고 또 일상을 지내오다가 전자동 커피머신이란 걸 알게 되었고 이사 가기 전에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전자동 커피 머신을 구매했다. 남편은 몇 번 쓰지 않고 구석에 처박힐 거라며 내심 못마땅해했다.


 그리고 또다시 외벌이가 시작이 되었고, 내가 산 이 전자동 커피머신은 요즘 엄청나게 내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못마땅해하던 남편도 같은 돈으로 훨씬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했고, 전자동 커피머신에 맛을 들인 이후부터는 커피를 텀블러에 싸서 출근하면서 커피 테이크아웃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카페에 가는 일도 굉장히 줄어들었는데, 빵과 커피를 함께 파는 곳은 빵만 테이크 아웃해서 집에서 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

케이크만 포장해서 집에서 먹는 일상


그리고 올여름에는 탄산수 제조기를 들였다. 에이드 종류를 먹고 싶을 때마다 무겁게 탄산수를 날랐었는데 그런 것이 싫어졌고 운이 좋게도 리퍼 제품을 정상 제품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가 있었다. 내가 원하는 탄산의 강도까지 탄산을 넣은 후 과일식초(홍초)를 부어서 홍초 에이드로 이번 여름 시원하게 잘 마셨다. 탄산수 제조기 들이고 나서는 맥주 먹는 횟수가 엄청나게 줄었다.

선물 받은 샌드위치 × 홍초에이드


 그리고 메뉴를 한 가지 더 추가했다. 그간 집에서 홍차 잎으로 직접 밀크티를 만들었었는데 정리하는 게 너무 힘들어 밀크티 원액을 구매했다. 밀크티 원액에 우유만 부으면 끝, 이렇게 메뉴가 한 가지 더 추가되었다. 친구와 함께 가는 카페에서도 이제 밀크티는 시키지 않을 거 같다.



우리 집 커피 메뉴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연유 라테다. 시럽들이나 파우더를 사면 카페모카나 바닐라라테도 가능하겠지만 둘 다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아서 연유 정도만 사다 두고 연유 라테까지만 해 먹는다. 커피 메뉴를 위해 사는 재료는 한 달에 평균 1번 정도 구매하는 원두(400g에 15,000원 하는 케냐 AA원두)와 우유 정도다. 우유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서울우유로 1.5L짜리를 구매한다. 대략적으로 커피를 위해서는 한 달에 25,000원에서 30,000원 정도를 지출한다. 그 외에 홍초, 밀크티 원액, 연유 같은 경우는 비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고, 이번 여름 매일 사용하고 탄산수 제조기 실린더를 교체해서 24,000원이 들었다. 매 달 평균적으로는 대략 4-5만 원 정도가 비용으로 소진된다. 많으면 많은 돈이고 적으면 적은 돈일 거다.


 외벌이 하면 사실 없는 살림이다. 팍팍한 살림인 거 맞다. 먹지 않아도 되는 이 음료들을 위한 돈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름의 핑계를 대 본다. 물건을 지르는 기회도 별로 없고  많이 절제하며 살고 있으니 나는 이 생활 속에서 나는 홈카페로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고 싶다며 합리화한다. 음료를 마시면서 참으로 즐겁다. 남편과도 커피 한 잔, 음료 한 잔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게 되고 같은 가격으로 많이 먹는다는 얕은수에 스스로 속아주며 음료값에 대한 죄책감도 덜었다. 전쟁 속에서도 사랑이 싹트고 아이가 태어나듯 외벌이 생활 속에서도 나 나름의 재미가 싹튼다.


오늘도 커피 한 잔 더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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