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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Oct 30. 2019

외벌이로 달라진 취미생활

일석이조, 즐겁게 시간도 보내고 좋아하는 빵도 먹는 취미생활

줄어든 예산, 하지만 먹고 싶은 빵


  나는 정말 빵을 사랑한다. 주말에 남편과 카페에 가서 빵 한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떠는 걸 사랑했다. 몸살이 걸려 열이 나는 와중에도 그전에 먹었던 스콘 하나만 입으로 쏙 들어가면 나을 거 같아 지하철까지 타며 빵을 공수해왔다. 남편은 그런 나을 보며 정말 빵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맞벌이 시절에는 별 고민 없이 빵을 사 먹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고 또 먹으면서 스트레스가 풀렸으니까, 그런데 외벌이가 되고 나니 이 내가 사랑하는 빵들은 너무나 귀하고 비싼 간식이었다. 적게는 2,500원에서 많게는 6~7,000원까지 하는 빵은 달걀 한 판을 3,000원에서 4,000원 사이에 사는 나에게 엄청나게 큰돈으로 다가왔다. 식비는 정해져 있고 일정하게 사야 하는 물품들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다. 바로 내가 직접 빵을 만드는 거였다.


가장 좋아하는, 또 쉽다고 추천받은 스콘부터 도전


 써야 하는 식비는 정해져 있으니 일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콘부터 레시피를 찾아봤다. 예전에는 책을 당장 사봤겠지만 외벌이라 여러모로 돈이 아쉬운 상황이니 도서관에 가서 최신 레시피 책을 무료로 빌려왔다. 운이 좋게도 내가 굉장히 좋아해서 자주 사 먹던 스콘과 비슷한 스콘을 만드는 법이 있었다. 재료를 보아하니 집에 있는 설탕, 우유, 소금 그리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버터, 밀가루, 베이킹파우더가 전부였다. 쓴 비용도 버터를 제외하고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당장 스콘 1개를 사 먹을 돈보다야 비싸지만 버터, 밀가루를 사 오고 처음으로 스콘을 만들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쿠키 스콘

 결과는 망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대성공.


 내 입에도 잘 맞게 맛있는데 심지어 입맛이 까다롭다고 하는 남편(본인의 말!)도 맛있다고 잘 먹는다. 물론 파는 것과 맛이 비교 불가일 것이다. 그래도 버터를 레시피보다 더 많이 넣고 바로 나온 뜨거운 걸 먹는 나는 만들어먹는 스콘 맛에 푹 빠졌다. 남편이 공부하느라 혼자 있는 시간도 스콘 반죽을 조몰락거리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빵 반죽을 만지며 즐겁고 또 스스로 만든 스콘으로 혼자만의 티타임을 가지기도 하고, 남편과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집에서 홈카페를 즐기기도 했다.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손님을 초대해 대접하기도 선물 해기도 할 수 있었다.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만드는 힘

 

 우리 집 스콘은 아마 밖에서 팔 수는 없을 것이다. 제각각인 모양, 만들 때마다 미묘하게 다른 맛, 가끔은 스콘을 태우기도 하고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없다. 그래도 빵 좋아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 즐길만한 양은 한 달 25만 원에서 30만 원 식비 안에서도 재료값을 충당할 수 있다.


 예산이 많을 때는 내가 이렇게 서투르게나마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한 거 같다. 빵 만드는 건 손재주 좋은 남의 일이며, 나는 그 시간에 빵을 사 먹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니 나도 바뀌고 그리고 아주 초보적인 능력이지만 스콘을 만들 줄 아는 능력치가 상승했다.


 이 작은 스콘 하나 만들기로 조금은 돈 자립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다. 그리고 돈에 자립하는 느낌은 외벌이 생활을 버티는 하나의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돈이 아주 많지 않아도 좋아하는 걸 조금은 어설프게 할 수 있다. 스콘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이런 능력치들이 내 몸에서 자라 나주길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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