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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Oct 29. 2019

우리 집은 외벌이 중입니다

외벌이여도 괜찮아


외벌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외벌이' 하면 생각나는 건 뭐가 있을까?

 

 내 주변의 외벌이들을 보면 대부분 남편이 일을 하고 아내가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절약 저축을 지향하는 커뮤티니의 대부분의 외벌이도 주로 남편은 일터에 가고 아내가 살림과 돈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집은 좀 다르다. 우리 집은 내가 일한다. 남편은 현재 수입이 없다. 나는 살림도 하고 돈 관리도 내가 한다. 물론 남편도 살림을 하며 내가 잘 못하는 부분들을 마크해가며 집을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아이가 없어서 육아는 하지 않지만 나는 돈도 벌고 돈 관리도 하고 살림도 한다. 외벌이는 외벌이인데 맞벌이처럼 서로 시간이 충분하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된다. 반응을 말하지 않아도 알 거 같다. 일을 안 하는 쪽에 대한 원망, 그리고 이 결혼에 대한 각자 나름의 평가가 예상된다. '남편은 뭐하냐?', '너 결혼 잘못했다.', '남편 잘못 만나서 고생한다.' 이 말들에 대해 듣기 싫어 일부러 말을 아낀다. 처음에는 나도 남편 원망을 많이 했으며, 바가지도 정말 사람 열 받게 긁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둘이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서로 보듬어가며 고군분투 중이다.


2018년 말 남편은 퇴사 후 제2의 직장을 위해서 공부 중이다. 둘이 살기에는 꽤나 넉넉했던 월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도 아낀다고 아꼈던 거 같은데 지금과 비교하면 정말 귀여운 수준의 절약이었다. 이제 진짜 마이너스 통장에 마이너스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절약을 하고 수기 가계부를 쓰며 가정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요? 네, 좀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삽니다


  현재 내 월급은 작다. 이 작은 월급으로 주택담보대출, 친정부모님 용돈, 시댁 곗돈을 감당 중이다. 이것만 합쳐도 월급의 60%가 넘는다. 양가에 남편 퇴사를 알리는 것도 조심스러워 현재 우리는 모임에 나가도 전처럼 식사비를 낸다.


 이런 상황이 원망스럽지 않았던 건 아니다. 어마어마한 주택담보대출을 두고도 공부하고 싶다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더 나이 먹기 전 한번 해보고 싶다는데 모른 척할 수 없었다. 퇴사 후 매 달 월급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 이어져갔고 나는 돌파구를 위해 수기 가계부를 샀다. 그리고 절약의 고수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하나 둘 절약의 방법을 배워가며 꾸준히 일정한 생활비를 지켜나가며 생활 중이다.


 월급은 적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집밥을 아주 열심히 해 먹는다.



인생에서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 경험, 경제 기초체력을 기르는 느낌


 인생에서 외벌이로 살며 눈물로 잠들었던 날들도 꽤나 있다. 그래도 이제는 이 생활 속에서도 감사를 찾아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리 집은 보통 한 달 식비를 25만 원에서 30만 원 안쪽 선으로 사용 중이며 그 외 비용을 10만 원 선에서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이걸 적응하는 데까지는 정말 정말 괴로웠다. 먹고 싶은 거 바로 못 먹을 때가 있고, 사고 싶은 거 바로 사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 남의 가계부도 보면서 먹고 싶은 거 최대한 예산 안에서 먹을 수 있도록, 사고 싶은 것 최대한 저렴하게 사는 방법을 배운 듯하다.


 처음에는 예산이라는 경계가 너무나 답답했는데 이제는 이 경계가 있어 오히려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계만 내가 지킨다면 어떤 걸 선택해도 상관이 없는 거다. 경계가 있기에 오히려 우리 가정은 예전보다 훨씬 돈에서 자유롭다.


 남편의 공부는 끝날 것이고 다시 맞벌이, 또는 역할을 바꾼 외벌이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외벌이 생활을 한 기억과 경험이 지금 내 삶 속에서 한 껏 올라간 경제 기초체력으로 남을 거다.


 외벌이가 두려운 분들, 내가 지금 직장에서 잘렸다면, 지금 소득이 너무 적다면 이 그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여기 나도 당신도 혼자는 아니다.


외벌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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