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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Nov 17. 2019

외벌이 돈 걱정을 덜어내는 방법, 기록

뻔하디 뻔하지만 그래도 쓰는 가계부

돈 관리, 가계부부터라는 뻔한 말 제가 한 번 해봤습니다.


 돈 걱정, 외벌이로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다. 한 달 벌어서 한 달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생활비를 내고 있다. 10월에 대출 갈아타기를 하기 전까지는 매 달 꼬박꼬박 마이너스가 나던 상황이었다. 돈 걱정이 자꾸 드는 마이너스가 나는 상황에서 절약 저축의 고수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 들락날락거리면서 그들의 비법을 공부했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하는 건 바로 가계부였다. 한 달에 10만 원이 식비인 2인 부부, 한 달 변동생활비가 45만 원인 4인 가족 등등 내가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지출들을 하는 집들이 정말 많았다. 신기했다. 그들은 모두 엑셀, 수기 가계부, 앱 가계부 등등으로 자신의 지출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봤다. 2월부터 수기 가계부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패기 로운 시작, 좌절,
그리고 우리 집에 맞는 지출 찾기  


  2019년 2월부터 수기 가계부를 어설프게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2019년 11월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꾸준하게 가계부를 쓴 건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남편은 주말에만 밥을 먹고 나는 아침, 저녁을 먹었었는데도 식비 30만 원이 모자랐다. 게다가 생활용품비는 10만 원으로 따로 책정하고 그밖에 비용들도 다 따로 책정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외벌이로 전환하고는 맞벌이 시절보다 밥 먹는 횟수가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식비 예산을 줄여버렸다. 예산을 줄이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2월은 정말 별로인 식단이었다. 고기도 부족하고 과일도 제대로 못 사는 식단이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늘 돈돈 거리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절약 생활, 이 절약 생활은 2달이 되지 못했다. 나는 식비 예산을 늘렸다.  현재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 집은 식비+생활용품비를 30만 원 그리고 그 외의 것을 10만 원으로 책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줄어들고 지금은 오히려 변동생활비 예산이 좀 남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꾸준한 기록이 주는 힘


 2019년 2월부터 저녁을 먹고 나서는 식탁에 앉아서 가계부를 쓴다. 가계부 쓰면서 크게 지출하는 게 없어서 주로 적는 건 식비 카테고리의 장본 것들이다. 산 게 많이 없는 날은 양파 얼마 이렇게 자세하게 적기도 하고 산 게 많은 날은 마트 20,000원 이런 식으로 적기도 한다. 최대한 간단간단하게 가계부를 적고 있다. 내가 하루에 얼마를 썼는지 그리고 얼마나 예산 잔액이 남았는지를 적는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하루 적고 일요일일마다 주간 결산을 한다. 한 주간 식비는 얼마나 지출했는지, 또 특이사항은 없었는지를 적는다. 돌발 지출도 적어두는 편인데 우리 집 돌발 지출은 경조사비가 대부분이고 생활비로 감당이 안돼서 따로 모아둔 연간비 형태의 돈에서 지출되는 겨울 의류비나 내가 미용실 갈 때 쓰는 미용비다. 매 달 있는 지출이 아니라서 이렇게 관리한다. 연간비는 내가 본업 외에 일하는 비용을 따로 모아둔다. 생활비가 가끔 마이너스 나거나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는 요 연간비에서 돈을 지출한다.


 매 달 마지막 날에는 월간 결산을 한다. 내가 얼마나 식비를 썼는지부터 시작해서 고정지출인 보험료, 가스비, 관리비 등등을 한 번에 적어둔다. 그리고 지난달부터는 엑셀로 정리해서 월간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고 있다. 그래서 한 달 생활비가 총 얼마나 들었는지를 계산한다. 월간 결산을 할 때는 은근히 마음이 떨린다. 우리 둘이 한 달에 최소한 얼마가 있어야 살 수 있는지가 보이니 두근거린다.



한 달에 필요한 돈을 아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계부를 쓰지 않을 때는 불안감이 무척이나 컸다. 둘이 얼마나 있어야 살 수 있는지를 모르니 극단적으로 아끼면서 마음도 몸도 피폐해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가계부를 쓰면서 대충 얼마나 돈이 있어야 둘이 사는지 최소한의 생활비를 알게 되었다. 변동지출에서도 예산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는 그냥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사는 편이다. 고기도 사고 그리고 좋아하는 홈카페를 위해서 원두와 우유도 산다. 치즈케이크나 빵 종류도 자유롭게 산다. 제약이 있는데 오히려 자유로움은 증가한 느낌이다. 이건 아마도 어느 정도까지 가야 하나를 알기에 그 안에서는 자유를 느끼는 듯싶다. 외식 욕구도 많이 줄었다. 외식을 예산 범위 내에서 할 수는 있지만 외식하는 비용으로 장을 보면 훨씬 풍요롭게 집에서 먹을 수 있기에 외식하는 돈이 아까워졌다.


 내 돈 걱정은 내가 얼마나 지금 돈이 필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 같다. 지금은 어떤 걱정이 들면 일단 예산부터 세워보고 필요한 돈을 쭉 적어본다. 무엇이 가지고 싶어 지면 가격부터 정확하게 조사하고 현재 얼마나 돈이 있는지,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 숫자를 하나하나 적는다. 명확한 숫자가 보이면 그 숫자가 걱정을 지워주는 듯하다.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면 좋은 대학 간다는 말처럼 절약하고 싶으면 뻔하디 뻔한 가계부 쓰란 말 해보니 나에게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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