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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Nov 10. 2019

시간과 돈, 뭘 선택할래?

돈 버니까 시간이 없고, 시간이 생기니 돈이 없네

시간과 돈, 그것이 문제로다


 연애시절부터 신랑은 늘 바빴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새벽 1-2시까지 계속 회사에 있었던 날이 많았고 주말도 출근을 했다. 출근 안 하는 주말에 신랑은 너무나 피곤해서 곤히 잠이 들었고 잠자는 신랑 옆에서 혼자 놀고 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회사에서 장시간 있는 만큼 날카로웠고 밥 먹기도 싫어할 만큼 스트레스받는 게 눈에 보였다. 그렇게 일을 하며 우리 집은 차곡차곡 전세자금 대출을 갚아나갔다. 그리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바쁘고 신경 쓸게 많은 신랑은 예민해져 있었고, 늘 잠자는 신랑과 주중에는 과부처럼 혼자 있는 나는 그 시간들이 견디기가 힘들었다.


 우린 퇴사를 선택했다. 외벌이가 된 지금, 신랑은 많이 온화해졌다. 힘들게 공부하면서 미래를 불안해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쫓기는 일이 별로 없다. 온화해진 신랑은 잘해준다. 주말에 하루는 온전하게 같이 보내면서 시간을 같이 보낸다. 여유롭게 함께 이야기도 하고 집안일도 사이좋게 같이한다. 게다가 퇴사한 신랑은 요리도 참 잘해준다. 함께 웃는 일도 많아지고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한다. 다만 우리는 이제 돈이 없다! 시간은 많아졌는데 이제는 돈이 좀 부족하다.


 

 

 시간이 많아 직접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시간은 많아지고 돈은 없어서 이제 몸으로 때우는 일들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집밥. 밖에서 잘 사 먹던 것들을 집에서 재료 손질하고 준비하고 직접 끓이고 굽고 하며 집에서 함께 만든다. 이번 주말에는 절단 꽃게를 사서 꽃게탕을 끓여 먹었다. 맞벌이 시절에는 신랑이 좋아하는 강화도의 꽃게탕 집까지 직접 가서 사 먹었었는데, 이제는 그 맛까진 아니지만 해 먹어 본다.


집에서 만들어 먹은 꽃게탕


 밖에서 사 먹었던 스콘도 서툰 솜씨지만 직접 요리책을 보면서 하나씩 만들어보고, 집에 커피머신을 들여서 직접 커피도 내려서 먹는다. 밖에서는 직원분들이 내가 먹은걸 치우고 닦으시지만 직접 컵도 닦고 그릇도 닦고 식탁도 정리한다. 남들이 해주던 일을 이제는 직접 해야 한다. 그래도 신랑과 함께라서 나름 즐겁다.

직접 만들어 본 애플시나몬스콘, 책과 다르게 다 퍼져버렸다.

 

맞벌이 시절처럼 대출을 갚지도 못하고 여유돈도 전혀 없다. 게다가 신랑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지만 일단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 도란도란 얼굴을 보며 이번 주말 뭘 해먹을지 정한다. 내가 망쳐버린 스콘을 함께 입에 물며 신랑은 이번 주말에는 함께 만들어보자며 말을 건넸다. 반토막보다 더 난 수입으로 지갑은 홀쭉하다 못해 메말라 있지만, 우리의 시간만큼은 풍성한 듯하다.


 돈도 시간도 모두  풍성하고 싶다면 이건 욕심이겠지, 일단 있는 시간을 즐겨본다. 이게 외벌이의 특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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