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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Dec 30. 2019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절약생활 이어나가기

없어보니 보이는 것들! 이제야 실천해봅니다.

12월 30일, 생활비 잔액 17,770원. 그런데 로션이 똑 떨어졌다. 피부가 은근히 까탈스러운 나는 쓰던 로션을 쓰지 않으면 얼굴에 꽤나 트러블이 난다. 월말 잔액은 로션값에 한참이나 모자란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이 그간 몇 가지 있었다.



 첫번째, 그냥 생활비 마이너스를 낸다. 돈이 정말 딱 생활비만큼만 있는건 아니니까 그냥 쿨하게 마이너스 내고 산다. 두번째, 자체 할부처럼 로션을 사고 그걸 몇 주로 나눠서 가계부에 기록한다. 첫번째와 같은 마이너스지만 가계부상에서는 마이너스를 내지 않는 꼼수의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첫번째 방법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꼭 필요한거야!' 란 마음으로 별 고민없이 샀던 로션이였는데 잔액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면서 고민은 시작되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그간 화장품을 사면서 모아왔던 같은 브랜드의 샘플 파우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파우치를 열어보니 세상에나 로션은 아니지만 로션을 대체할만한 에센스 샘플들이 하나 가득 있었다. 하나를 뜯어 피부에 발라보니 뭐 로션과는 질감은 다르지만 피부에 충분하게 수분을 보충해주었다. 왜 그동안에는 이게 보이지 않았을까? 아마 로션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연히도 잔액이 충분할 때 화장품이 떨어졌을 것이다. 또 샘플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무의식의 생각이 이렇게나 많은 샘플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외벌이 생활을 하며 이어진 취미, 베이킹! 베이킹을 시작하면서 베이킹 도구에도 눈이 슬슬 가기 시작한다. 특히나 나는 스콘을 좋아한다. 스콘은 푸드프로세서란 장비가 있으면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얼마전부터 중고나라며 베이킹카페 공구를 열심히 찾아봤다. 그런데 역시나 팍팍한 외벌이 살림에 장비를 들이는거가 부담스러워 결국 손으로 해결하는 스크래퍼 2개를 구입해서 열심히 쓰고 있다. 맞벌이 시절이라면 에라모르겠다하며 질렀을 소형가전인데, 팍팍한 예산으로 살다보니 결국엔 저예산으로 해결할만한걸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기분이 우울하거나 쳐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예산으로 뭔갈 해결해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스크래퍼로 반죽하기가 힘드니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함께 스콘을 만들기도 한다.  푸드프로세서 대신 남편의 노동력을 쓴다. 깔끔쟁이 남편은 소형가구 들이는걸 탐탁해하지 않는데, 그래서 그런지 흔쾌히 반죽을 만들어준다. 둘이 재잘거리며 한명은 스크래퍼로 반죽을 만들고 한명은 종종거리며 재료를 옮긴다. 





 내가 버는 외벌이 생활을 하면서 돈이 늘 부족하다 부족하다, 필요한 물건을 사기에도 너무나 힘들다 힘들다 생각했다. 비참한 기분이 들거나 '이렇게까지 해야해?'란 생각이 들때면 남편을 잡곤?!했는데 조금 생각을 바꾸고 꼭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대체할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게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걸 느낀다. 샘플도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고 집에 마스크팩도 좀 있다. 샘플이 떨어지면 마스크팩도 가지고 있으니 저녁에는 스킨을 쓰고 그냥 마스크팩만 쓰면 로션은 필요하지 않을거같다. 또 베이킹도 최고급으로 남에게 팔려고 만드는게 아니니 그냥 저냥 일단 해먹는거에 초점을 맞춰서 대강 해서 먹는거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소형가전이 있으면 훨씬 편하고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되는대로 살아야지!


 절약생활을 11개월차로 하다보니 이제 딱 이거여야해란 경계도 많이 풀어지고, 이 대신 잇몸으로 하는 것들이 많이 늘었다. 없는 돈 대신 마음의 여유가 채워지는지 이제는 그닥 비참한 느낌이 들지도 초라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어떻게든 살 수 있다란 자신감마저 채워지는데 절약생활이 길어지고 절약 내공이 쌓이며 숨쉬듯 절약하며 자연스럽게 사는 사람이 되고싶은 소망이 생긴다. 운 좋게 수입이 많아지더라도 더 지출이 커지지 않고 딱 이만큼만 쓰며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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