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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공x리라영 Jan 31. 2024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이유'에 분노할 필요 없다.

언어는 형편없는 도구다 

 솔직히 MBTI 검사에서 성격을 16가지로 나눈다는 것은 혜자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지구에 78억 명정도가 살고 있으니 성격이 78억 개가 될 수 있다고 하던데 사실 16개도 많다고 생각한다. MBTI는 너무 섬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준 거 아닌가. 진짜 착한 검사다. 사람 성격이 다양했다면 이렇게 언어가 형편없게 발달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정말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인, 실패작 그 자체인, 인간의 대화 소통 도구이다. 만약 정말 멋진 자연 광경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표현하고 싶어도, 고작 '아름답다', '멋있다', '경치가 끝내준다.' '살면서 이런 경관을 처음 봤다.' '다시 또 오고  싶다.' '나만 봐서 가족들이랑 못 봐서 미안할 정도다.'라는 등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니, 10가지도 안 되는 것 같다. 실망스럽다. 외국어를 잘하면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늘 줄 알았다. 거기서 거기다. 영어로는 멋진 경치등을 보면서 'breathtaking[브리th테이킹] 숨 막히는'이라고 감탄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숨 막히는'을 사용할 때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라 'breathtaking'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을 만나서 'My name is~'라고 말을 먼저 하니까 영어를 못하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본인 이름 말할 때 얼마나 자주 '제 이름은~'이라고 시작한다고 생각하는가. 일상에서 병원에 가서 이름을 말할 때에도, 누가 이름을 물어봤을 때 '제 이름은 ~'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름을 말한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My name is~'라는 표현이 있고, 사용은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상황에서는 '(I am) Ben.'을 더 많이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악수를 하는 문화가 있어서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며 본인 이름을 그냥 말하기도 한다. 

이 개는 몇 살일까요? 

"어머, 개가 몇 살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본 개도 나이부터 물어본다. 미국, 캐나다에서는 개 이름부터 물어본다. 문화차이다. 연령대별로 좀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안면 튼 사이가 되면 나이부터 물어보고, 북미에서는 이름부터 물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사에서 사람을 부를 때 직함을 사용하지만 북미에서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을 안 부르고 대체어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존중의 표현이고, 북미에서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존중이다. 이렇게 맨 처음 외국인을 만나면 이름부터 얘기해야 하는데 'My name is~'가 머릿속에 콕 박혀있으면 말이 잘 안 나온다. 물론 영어를 엄청 잘하면 전혀 상관없지만, 초급 자면 'I'로 문장을 시작하자. 영어로 말하려고 할 때 'I'로 시작하면 문장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다. 첫 번째 스피킹 팁이다. 영어는 주어가 긴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문법시간에 가주어 it을 열심히 배운 거다. 'it'은 딱 한 단어이다. 주어가 한 단어인 게 문장을 만들기 쉽고 의사 전달하기도 쉽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상대방에게 본인 의견이나 생각 등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말을 한다. 'I'로 시작하는 간단한 문장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내가 영어로 말하는 것이 잘 전달되는구나'라는 경험을 쌓아라. 이런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말이 더 잘 나온다. 

hair cut

 "나 머리 자를 거야." 이 문장을 듣고 "틀렸네,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해야지. 머리를 어떻게 잘라?"라고 말하거나 "누구 머리를 자를 거냐"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왜냐면 "머리 자를 거야."라는 말은 '미용실 등에 가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다듬는다. 또는 변화시킨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 머리 자를 거야"라는 말은 사람 간에 사회적인 합의 속에서 이해하는 게 중요하지 누구 머리를 자를 거인지,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지 머리를 자르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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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시간에 알려드리는 내용도 동일하다. 한국어로 "나 머리 자를 거야."를 번역해서 "I'll cut my hair."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냥 '"I'll get my hair cut."이 더 자연스러우니 이걸 사용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는 게 내 일이다. 정말 진심으로 진짜로 'I'll cut my hair'이나 'My name is~'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것이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우리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 오히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것이 대화가 더 잘 되는 상황도 많다. 그러나, 미국인이 영어를 쓰는 방식대로 말하는 법을 배우면, 영어로 말하는 게 더 쉽다. 영어 스피킹이 쉬워진다. 언어는 그 나라 문화와 사고방식과 떼려야 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미국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수업을 하는 거고, 외국어 배우는 게 재밌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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