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 투명해 보인다. 말보다 눈빛이나 감각으로 더 많은 걸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때는 그 서투른 연약함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함을 잃어가는 나와 달리, 십대들은 작은 고민 하나에도 가슴이 저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더욱 마음이 간다. 아마도 내가 그 시절 행복하지 않았던 탓일까. 그 시기의 기억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지만, 적어도 딸기스무디같은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할 수 있는 단순함은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복잡해졌다. 십여년정도 봉사활동에서 만난 10대들은 늘 그 밝음이 태양같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과 아픔은 거의 대부분 부모에게서 비롯되었고, 그중 나를 잘 따라줬던 한 아이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의 충격과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가 않는다. 자세히보면, 부모들은 부모의 세계에서 사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부모는 바빠서 아이들의 작은 신호를 놓치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스스로를 키워낸다.러닝 모임에서 만나는 축구하는 십대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 어쩐지 나는 점점 더 타락하고 흐려져가는 것 같다. 점점 차가워지고, 냉정해지고.젊은 시절의 투명했던 마음이나 의외로 많이 단단했던 상태, 불평없이 침묵할 수 있던 힘이 내생애가 가졌던 가장 따뜻한 온도였던 듯싶다. 삶이란게 흔들리며 여과되는 과정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오늘의 나는 그닥 맑지 못한 상태로 그때의 온기를 그리워한다.
-2월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