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잘 안다고 말할 때, 실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마음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아는 건 쉽지 않다보니 오래 곁에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도 종종 "나 정도면 너를 잘 알지"라고 말하곤 한다. 조금 아는 것만으로 충분히 잘 안다고 믿고 싶어서 일까. 하지만 사람을 정말로 이해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제대로 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하고, 내가 가진 생각과 편견을 내려놓아야하기 때문이다.사람의 마음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변덕스러워 보이기도 하니,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면 서두르지 않아야한다. 새로이 보이는 모습들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천천히 새 정보들로 이전 기억도 업데이트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를 단정 짓지 않고,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딸기우유를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아빠는 내가 딸기우유를 정말 좋아한다고 믿으셨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단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딸기우유를 마시지 않는데 너무나 자주 아버지께서 딸기우유를 보내주신다. 가족 약속이 있는 날에도 자꾸만 딸기우유를 사오신다. 날 어릴 때부터 딸기우유를 마시는 애로만 보시는 것 같다. 내가 10살이던 때에서 시간이 멈췄나? 아빠가 내가 변했다는 걸 모르시는 게 아니라 그냥 그때의 나를 계속 소중히 여기시는 거겠지.. 나를 잘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시는 게 아니라, 이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고 믿고 계시는 거겠지. 그 마음을 이해하기위해 조금 더 기다리고, 아빠가 가진 '나'의 모습을 천천히 바꿔드려야겠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결국 기다림이 필요한 일 같다. 내가 아는 만큼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는 것. 그리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그 겸손함이 관계를 더 깊고,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