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유혹 속 오운완

일을 끝내고 집에오면, 에너지가 소진된 자리에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어떤 갈증이 생긴다. 퇴근 후 침대 위에 녹아내리듯 눕거나, 손이 닿는 대로 음식을 집어 들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지고 싶은 마음. 이런 본능은 어쩌면 스스로를 돌보려는 마음을 가장한 조금은 삐딱한 위안일지도 모르겠다.게으름이라는 말이 보통은 좋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무언가를 하지 않는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의무에서 멀어진 듯한 자신에게 자책감으로 씌운다. 하지만 게으름과 나태는 본디 나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더한 갈증으로 더 격렬하게 무언가를 보상받고 싶다는 내적인 신호일지도 모르겠다.운동을 가기 싫은 날은 유독 씁쓸하게도 더 그렇다. 땀에 젖은 운동복 대신 느슨한 복장으로 집에 늘어져 있으면, '이래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운동을 가지 않은 게 뭐 그리 큰 일일까 싶다가도, 내 안에서 조금씩 무언가가 엇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운동가기 싫을 때 이 '싫음'이라는 녀석을 부정하면, 오히려 더 큰 무력감이 찾아오다보니 이 또한 나쁘지 않다고 받아들일 때 게으름은 더 이상 강화되지 않고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다."오늘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감정을 허락해주면 '싫음'에 묶였던 마음에서도 서서히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문득 운동을 나서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는 자신을 속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분노나 나태, 질투같은 감정들은 사실 인간에게 주어진 순수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감정들은 나쁘지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감정에 행동을 더할 때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을 뿐이다. 고양이가 본능에따라 움직이듯, 인간 역시 감정의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본능에 따라 살아가므로, 그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가끔은 다독여 줄 필요도 있다. 그렇게 자신을 허용하는 시간은 잠시의 여유속에서도 다시금 움직이게 하고, 약간의 씁쓸함을 안은 채로도 다시 한발 내딛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