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기억

by La Verna

어떤기억이나 그리움이 때때로 강하게 찾아올 때가 있다. 특별히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거나 좋은 텐션에 있을때 꼭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속을 온통 휘젓는다. 바람 끝에 실려온 모래같이 느닷없이 몰려와 눈을 파고드는데 그때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왈칵 눈물이 쏟아져서 자리를 피하고는 했다. 얼른 멈춰 서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그 고통을 견뎌야했다.나는 그리움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없는 걸까? 참 얄궂다. 이 녀석은 내가 행복하거나 기분이 유독 좋다고 느낄 때를 노려 찾아온다. 웃고 떠들며, 어떤 감미로움을 느끼다면 바로 그 순간, 슬며시 찾아와 가슴을 콕 찌른다. 기억속의 사람들, 손길, 웃고 떠들던 공간과 날씨, 어떤 냄새, 분위기까지. 유사한 상황탓인지 사랑했던 시간들이 슬며시 떠오른다.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 기억들은 따뜻하고 다정했는데, 다시 떠올리면 가슴이 더 아리다. 왜일까? 언제쯤 이 기억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아니, 정말 그럴 날이 오기는 할까.

그 기억들 속엔 나의 행복이 담겨 있지만, 떠오르면 거슬리고 답답하다. 그런데도 불쑥 등장한다. 내가 한때 가졌던 것, 이제는 되찾을 수 없는 것일뿐인데. 다가갈수록 사라지고,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진다.그리움이란 참 못된 녀석이기도하고, 한편으론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들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고마운 친구 같기도 하다. 가장 행복하고,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가장 투명하게 살았던 날들을 담고있는데, 동시에 앞으로는 그보다 행복한 날들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듯 하다. 이 가끔은 얄밉고, 애틋한 이 그리움과 나는 이제 평화를 이루기로 했다. 영영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그리움이 찾아오면 늘 달리기를 했다. 처음엔 감당하기 버거워서 그때마다 러닝을 방패막이처럼 썼다. 러닝을하면 에너지가 분출되니 녀석을 잠시 멀리로 내보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달리다가 숨이 차오르면, 그리움도 함께 날아가곤 했다. 어쩌면 그리움은 떠나간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라고 말해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완전 나쁜 녀석은 아니다. 그냥… 약간 귀찮을 뿐이지.

작가의 이전글식욕이라는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