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식욕이라는 감각

by La Verna

나는 식욕이라는 감각이, 어쩌면 다른사람들처럼 강렬하게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 다행히 식탐이랄 것도 없어서, 음식을 두고 특별히 욕심내거나 집착해본적도 없다. 라면을 안 먹은지 벌써 8년이 되었고, 후라이드 치킨은 6년정도 됐을까. 피자도 그렇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런 것들을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선택이 대단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나와 맞지 않은 음식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아마도 채소인 것 같다. 당근이나 브로콜리, 배추나 토마토, 케일 같은 것들. 그저 정직한 맛이 좋다. 생선도 자주 먹고, 렌틸콩이나 병아리콩, 귀리 같은 곡류나 콩류도 즐긴다. 베리류는 말할 것도 없이 내가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이런 취향이 어떻게 생겨난 건지는 모르겠다. 모친께서 태교할때 채소와 과일을 많이 드셨다는 얘긴들었지만 단지,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 몸이 편안하고 인성도 슬그머니 좋아지는 것 같다ㅋ 그래서 자연스럽게 계속 찾게된다.

그 래서인지 특별히 음식에 큰 호기심을 가지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없다. 이게 좋은 일인지, 조금 심심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맞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살다 보면 누군가와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질 수도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생길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은 내가 사람들과 만남을 가질 때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렸다. 술도 마셔본적없고 먹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없고 괜찮은거 같아서 술집에 갈 일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식성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나 기쁘다. 하지만 이런 차이 속에서 나의 방식을 조용히 지키고 살아갈뿐, 모임에선 티내지않고 조용히 음식을 먹는척만 한다.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인데도 시골스러운 음식만 손이 간다ㅋ 식성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작은 공감대를 이루는 더없이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다행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