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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Oct 24. 2018

내 집이 없다는 것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07 렌트? 셰어하우스? 

스페인 와서 나는 자잘하게 집을 옮긴 것을 제외하고도 총 6번의 이사를 했다. 그 외에 한 달, 일주일, 며칠씩 있었던 것까지 헤아린다면 지난 8년여간 아마도 10번은 넘게 집을 옮겼을 것이다. 이사는 3대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라던데 이렇게 자주 해서야... 


보증금은 적지만 월세가 비싸다.


한국에는 전세, 월세, 반 전세 등이 있지만 스페인에 오직 월세만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보통의 월세를 얻기 위해서는 월세의 10배 정도 되는 보증금을 미리 맡겨야 하지만 아주 다행히도 이곳에서는 1달~2달 분의 보증금을 요구할 뿐이다. 초기에 내야 하는 금액이 그리 많지 않아서 집을 렌트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하. 지. 만. 집을 렌트하는 비용이 기본 소득에 비해서 많이 비싸다. 그리고 전 세계적인 부동산 버블에 발맞추어 스페인의 집값도 내리지는 않고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금까지도... 혼자 살면서 대도시의 꽤 괜찮은 곳에 집을 렌트하면 어떤 경우에는 월세와 세금을 합쳐서 월급의 50%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을 한다. 물론 집의 상태와 위치가 좋다면 그보다 더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집을 렌트하면서 적게는 300유로 정도부터 많게는 약 1000유로까지 지출해봤다. 1000유로를 낼 때는 같이 렌트하던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도 월세가 비싸지만 이 곳도 만만치 않기에 집을 렌트하거나 셰어하우스에 살 때 월세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피소 꼼빠르띠도(셰어 하우스)는 하나의 대안


어디에나 그렇겠지만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스페인에서 좋은 조건의 저렴한 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직장, 학교 등을 이유로 젊은 친구들이 큰 도시로 모여들기 때문에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에는 세입자가 넘쳐나고 집은 모자라는 현상도 발생한다.


그래서 다른 외국 도시들처럼 스페인에서도 대중화된 것이 셰어하우스이다. 한 사람이 집을 빌려서 혹은 자기 소유의 집을 다른 사람에게 렌트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남는 방을 렌트하고 거실, 욕실, 주방은 셰어 하는 형식이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남이면 어떠할까?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 또한 많은 것이 셰어하우스이다. 셰어 하우스에 대한 경험을 적기 시작하면 글이 엄청나게 길어질 것이 당연하기에 그 흥미진진한 경험담은 다음 글에서 풀어보도록 해야겠다. 


집주인이 갑, 그리고 세입자인 나는 을...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결국 집을 가진 주인들은 갑이 되어 자기 입맛에 맞는 세입자, 즉 을을 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래서 집주인들은 좀 더 안전한 렌트를 위해 1~2달치의 보증금 외에도, 재직증명서, 월급명세서 등을 추가로 요구한다. 


직장인이 아니라면 통장 잔고 증명 혹은 보증금을 4달치까지 늘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세입자이기에 집주인이 해달라는 대로 해 줘야 집을 구할 수 있다. 


좋은 점이라면 많은 집들이 가구나 전자제품이 다 구비되어 있는 빌트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집을 구해도 이런 세간들을 준비하는데 돈이 많이 나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다른 말로는 원상복구비가 생길 위험이 있다는 것도 된다. 


나는 다행히 이제껏 좋은 주인들을 만났지만 질이 나쁜 주인을 만난 친구들을 보면 전자제품, 혹은 집의 일부가 자연 소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상복구비'라는 핑계를 대면서 간혹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집을 구할 때는 주인과 함께 '하자' 있는 부분을 잘 체크해야 한다. 


집을 구하려면 면접도 봐야 하는 거야?


일전에 "당신 친구 스페인에서 회사 다니는 거 맞아"라는 글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나는 남미 여행을 가겠다고 세 들어 살던 집을 빼고 짐을 창고에 맡긴 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그 결정으로 여행에서 돌아와서 다시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정말 "개고생"을 했다. 


집을 구하지 못해서 한 주는 에어비엔비와 호스텔 생활을 하고 마지막에는 직장 동료의 집에서 신세까지 지면서 집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물론 여행 가겠다고 집을 뺀 내 선택에 대한 결과이기에 하소연하기도 뭣하지만 집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여행에서 돌아온 후 셰어하우스를 구하려고 했었다. 그 편이 혼자서 집을 구하는 것보다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그중 한 번은 집을 보러 가서 면접 비슷한 것을 본 적도 있었다. 지하철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격 대비 아주 잘 관리된 방이 나왔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한 뒤 약속을 잡고 집을 보기 위해 방문했었다. 벌써 수많은 집들을 보았기에 지칠 대로 지쳤고 집의 컨디션만 좋으면 바로 결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정은 내 몫이 아니었다...


보기로 한 집에 도착하니, 같은 시간에 집을 보여주기로 한 것인지 나 말고도 대 여섯 명이 더 모여 있었다. 우리 모두를 거실에서 대기하게 하고는 집주인이 한 명, 한 명 불러서 집을 보여주면서 면접 같은 질문을 했다. 좀 당황했지만 집을 구하기 위해 집주인이 묻는 것에 충실하게 답해 주었다.


집주인: 자기소개를 해 줄래요?

나: 자기소개요? 음... 저는 한국인이고, 현재 마드리드에서 일하고 있고, 어쩌고, 저쩌고,

집주인: 한국? 음... 마드리드에 계속 살았는데 왜 집을 바꾸는 거죠?

(아마도 한국이 어딘지 잘 모르던가 아니면 북한을 떠올리던가 했을 것 같다... 한국이라고 되물을 때...)


나: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가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집을 빼서 새로 구하는 건데요.

집주인: 여행을 자주 가나요? 그러면 한 집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겠네요?

나: 여행은 좋아하지만, 집을 빼서 여행을 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집주인: 1년 이상 살겠다는 계약 할 수 있어요?

나: 살아봐야 아는 것이라서 성급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저랑 맞으면 쭉 살 수 있어요.

집주인: 아 그래요? 좀 전에 본 것처럼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다 보여주고 오늘 저녁에 연락 줄게요.

나: 네...


결국 그날 저녁에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해는 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길게 오래 살 사람을 구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이랑 합이 잘 맞을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1년 이상 살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1년 이상 살겠다고 하지 못한 것과 외국인이라는 것이 집주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본다. 


그날 임시로 머물고 있던 숙소로 돌아오면서 어찌나 서럽던지... 길가로 쭉 늘어선 집들을 보며 '세상에 저렇게 집이 많은데 왜 내 몸 하나 누일 내 집은 없는 걸까?' '따뜻하게 보듬어 줄 가족들을 한국에 두고 이 먼 타향까지 와서 뭐하는 짓인지...' '이렇게 계속 집을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등등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들면서 괜히 우울해지고, 서럽고, 눈물도 나고 그랬다. 


물론 한 달 좀 안 되게 이곳저곳을 본 뒤 결국은 셰어하우스가 아니라 집을 렌트하게 되었다. 집을 혼자 렌트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두렵고 계약서도 몇 번씩 읽고 했지만 다행히도 괜찮은 집을 상태 대비 적절한 가격에 렌트해서 그 후에는 이사 스트레스는 더 이상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내 집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내 집처럼 안주하면서 내 집처럼 살고 있기에 가능하다면 더 이상의 이사를 하지 않고 이곳에서 편히 살고 싶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집주인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자잘한 문제들은 내가 해결하고 월세도 정해진 날짜에 확실하게 이체하고, 이웃들이랑 잘 지내려고 노력도 한다. 


한국에서도 그리고 이곳 스페인에서도 내 집에 없는 세입자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언젠가는 꼭 집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정말!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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