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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Oct 21. 2019

파리에서의 일상: 점심/저녁 맛집 (1)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19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라고들 한다.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숱하게 들었던 말이고 파리에 도착한 첫날 길거리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파티셰리나 브래서리의 메뉴를 보며 '역시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파리에서 여행을 가면 보통 외식을 하게 되지만 파리에는 집과 키친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식료품점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요리해서 먹는다. 그리고 외식값도 상당히 비싸다. Entrée와 plat, dessert, 그리고 와인 한 글라스씩까지 다 먹으면 1인당 점심에는 20유로대 정도, 저녁에는 기본 20유로대 후반에서 30유로 후반 정도가 나온다. 비싼 레스토랑일수록 훅훅 가격대가 올라간다. 그래도 특별하거나 친한 사람과의 외식 약속이 생기면 항상 전통 파리 음식을 먹으러 다니게 된다. 파리의 traditional 레스토랑을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나 하는 마음으로! 최근에 학교 근처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은 레스토랑과 샹젤리제 거리에서 급히 찾아서 저녁을 먹은 레스토랑을 소개해보고 싶다. 


(1) Cocorico (5 Rue du Bac, 75007 Paris) 

이 곳에 가게 된 계기는 상당히 재밌다. 전부터 학교 근처에 맛있는 닭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이 있음은 알고 있었다. 목요일은 수업이 5개가 있는 날인데, 첫 수업에서 중간고사와 발표날이 겹쳐서 1시간 동안 중간고사를 치르고 남은 1시간 사이에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이가 내 첫 중간고사였는데 (물론 프랑스어 1차 퀴즈를 보긴 했다) 발표까지 하고 나니까 기가 빨렸다. 이어서 두 번째 수업은 lecture 수업이었는데 듣다가 너무 힘들어서 뛰쳐나와, 다음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와 Cocorico에 가게 되었다. 하늘도 너무 예쁜 낮이었고 시험과 발표가 한 개씩 끝났다는 해방감 때문에 너무 행복했다. 


이 곳에서 주문한 것은 오리고기 + 당근 퓨레, 치즈 + 바질 라비올리였다. 식전 바게트에 당근 퓨레를 발라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당근케이크 맛이 났다. 친구도 처음에는 당근이 싫다며 별로라고 했지만 먹을수록 맛있다며 나중에는 바게트를 한 번 더 달라고 부탁해서 퓨레를 다 먹었다. 오리고기도 부드럽고 겉에는 바삭했으며 소스도 최고였다. 해방감을 누리며 친구와 오랜만에 나눈 이야기들은 너무 즐거웠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누구와 먹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2) Baroche (101 Rue la Boétie, 75008 Paris)

우리 집에서 자고 간 고등학교 선배 언니와 개선문-샹젤리제 거리를 갔다가 저녁 먹을 곳을 찾게 되었다. The Fork 앱으로 샹젤리제 거리 근처 레스토랑을 검색했고, 평점이 높은 곳으로 예약을 했다. 나름 충동적으로 선정한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충동으로 선택해도 훌륭한 저녁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웨이터 분도 굉장히 재치 있으셨던 기억이 난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첫 저녁이었기 때문에 정석적인 코스대로 저녁을 먹는 약 2시간 동안 각자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한 잔씩 마시며 적당히 기분 좋은 상태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고등학교 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고 잊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덕분에 엔돌핀을 많이 뿜어낸 저녁이었다. 

음식점의 맛도 최고였는데, 우리가 시킨 것은 이 집에서 유명하다는 homemade pie with duck, seasonal vegetables, lamb shoulder braised twelve hours, croque tuscan: chicken, tomato, mozzarella cheese & fresh basil, homemade crepes with caramel sauce/vanilla icecream이었다. 첫 번째가 starter, 가운데 두 개가 main, 마지막이 dessert였다. Strawberry sparkling wine과 Champagne Blanc도 시켜서 마셨다. 총 90유로 정도 나왔는데 The Fork앱 덕분에 할인을 좀 받아서 최종 71유로 정도 나왔다.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특히 lamb shoulder은 칼을 갖다 대기만 해도 살살 녹았고 croque의 모짜렐라 치즈도 바질 덕분에 향긋하고 맛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크레페의 달달하고 따뜻함이 차가운 아이스크림 덕분에 조화를 이루어서 언니와 연신 감탄을 하며 끝까지 다 먹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은 뒤에는 에펠탑 야경을 보러 갔고, 가는 길에 회전목마가 있어서 동심으로 돌아가서 회전목마도 탔다. 맛있는 한 끼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수다를 떨며 재미있던 기억도. 파리에 놀러 온 언니의 기억 속에도 나와 함께 한 파리가 좋게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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