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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Nov 12. 2019

파리 근교: 에트르타, 옹플뢰르, 몽생미셸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21

엄마가 파리에 도착하신 바로 다음날, 가장 먼저 우리가 간 곳은 에트르타, 옹플뢰르, 그리고 몽생미셸이었다. 그렇게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들은 몽생미셸의 야경을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엄마가 오셨을 때 모시고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교통편이 애매해서 보통 투어로 많이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체 투어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편의를 생각해 투어 예약을 했다. 몽생미셸 갈 때 에트르타와 옹플뢰르도 묶어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어느 한 곳 포기 못하고 세 곳을 모두 가는 상당히 일정히 빡빡한 투어를 예약했다. 


예쁘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들을 갔지만 10월 말의 파리는 역시나 흐린 하늘을 피하기 어려웠다. 에트르타에서 잠깐 파란 하늘이 보이나 싶더니만 옹플뢰르에서는 비도 좀 왔고, 몽생미셸에서도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까지는 흐린 회색 하늘밖에 보지 못했다. 아쉬움이 가득한 날이었다. 게다가 단체 투어는 정말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다. 빡빡한 스케줄을 따라서 여유 없이 정해진 시간에 돌아와야 하는 것도,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코스로 돌아다니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심지어 저녁도 정해준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했다! 물론 이동수단을 제공받은 건 정말 편했고, 요즘 여행사들이 많이 발전했다고도 느낀 게, 수신기로 이동할 때 직접 선곡을 통한 라디오를 들려준 점이다. 가이드 분께도 감사한 좋은 투어였지만, 나랑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도 엄마랑 오랜 시간 버스에서 이동하면서 재밌었다. 


처음 방문한 곳, 에트르타. 코끼리 바위가 유명한 곳이다. 오랜만에 탁 트인 파란 바다를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20-30분가량 걸어 올라가서 위에서 내려다본 작은 해안 마을도 아기자기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옹플뢰르! 여기도 예쁜 색깔을 가진 마을이어서 많이 기대한 채로 갔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실망이 컸다. 70%는 날씨 때문에, 그리고 30%는 너무 여유롭지 못한 스케줄 때문에! 그래도 엄마랑 옹플뢰르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은 다 먹고 사 와서 좋았다. 엄마가 정말 좋아했던 파티셰리는 Maison Georges Larnicol이라는 곳이었는데, 여기서 먹은 Kouignettes가 정말 예술이었다!!! 내가 안 먹는다고 왜 이렇게 많이 사냐고 엄마한테 말했는데 4개 중에 3개 반은 내가 먹어서 엄마한테 조금 죄송했다. 쫀득쫀득하고 달달한 과자였는데 특이했다! 

그리고 또 이 곳에서 유명했던 것은 cidre doux, apple liquor, calvados라는 세 종류의 술이었다. 대체로 사과 향이 나는 술이었는데 cidre는 2.5% 정도로 알코올 도수가 낮지만 나머지 술들은 13도, 40도로 굉장히 센 술이었다.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으면서 모으는 욕심이 좀 있는 나는 종류별로 샀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몽생미셸.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이 크다. 항상 그렇다. 심각하게 실망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회색밖에 보이지 않았던 하늘에서 큰 감흥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수도원 내부를 돌면서 자세한 설명도 들었지만 그런 역사적 지식보다도 파란 하늘, 예쁜 자연환경에서 더 큰 감흥을 얻는 나로서는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밤이 되자 10월 말인데도 해안가라 그런지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점점 밤이 깊어갈수록 몽생미셸 야경이 아름다워지긴 했지만 좀 아쉬웠다. 다시 몽생미셸을 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역시 유럽 여행은 여름에 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 

엄마랑 여행한 첫날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리하는 스케줄을 잡아 놓은 것 같아서 죄송했다. 엄마가 감기에 걸릴까 봐 따뜻하게 입고 가라고 10번은 잔소리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죄송하다. 근데 그래도 엄마는 감기에 걸렸다... 돌아다니는 곳들에 대해 짤막짤막하게 다이어리에 적어놓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뭔가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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