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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Sep 17. 2019

윤종신의 '이방인 프로젝트'를 응원한다!

바람 맨 앞에서 숨지 않는 멋있는 그의 도전

해외에 나오면 한국에서도 잘 안 보던 예능을 꼭꼭 챙겨 보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한국 친구들도 그러는 걸 보면, 아마 향수를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한국 음식과 한국 예능이 아닐까 싶다. '맛 코드'와 '웃음 코드'. 해외 생활을 하면서 이 두 가지가 맞는 사람을 사람을 만나는 게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많지는 않아도 몇 개 꼭 챙겨 보는 예능 중 하나가 '라디오스타'이다. 독설이 난무하는 '라디오스타'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물론 논란이 많았던 프로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가면 안 보면서, 파리에서는 거의 매회 꼬박 챙겨 보는 걸 보면 그 독설마저도 그리운 게 아닌가 싶다.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늘 윤종신에게 감탄했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인 그가. 웃음을 위해 저렇게 자신을 내려 놀 수 있음에 대해. 가볍게 보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을 때. 그러면서도 동시에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로 매달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는 의지와 열정에 대해.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 두 활동이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을 때는.




하지만 윤종신은 최근에 '좋니'를 비롯한 히트 곳들을 발표하였고, 잘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주옥같은 다른 곡들도 꾸준히 발표하였다. 그가 안주하지 않았던 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음악에 대한 그 절실함. 나는 그 절실함의 그의 이번 '이방인 프로젝트(NOMAD PROJECT)'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는 말했다.


제가 노래 속에서 힘들다.. 외롭다 했지만. 힘들고 외로울 일이 사실 없어요. 여기서 힘들면 친구도 만나고.  내가 좀 힘들면 술도 마시고. 진짜 내 편도 없고, 동떨어진 곳에서. 이방인의 느낌으로 내가 살아본 적이 있나? 내가 그런 걸 겪어보지 않고 과연 외롭다는 말을 노래 속에서 해도 되나?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에, 외로움을 겪어 보기 위해 일부러 떠난다는 그가 정말 용감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해외 생활은 정말 외롭다.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친구들이 있다고 해도 그렇다. 공부를 했고 일을 하고 심지어 언어를 현지인처럼 한다고 해도, 결국 나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결코 외롭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냐마는. 가끔 늦은 저녁 친구를 불러 순댓국에 소주 한잔하고 싶은 날은 유독 외롭다.




대부분은 외로움을 피한다. 외롭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약속을 만들고, 바쁘게 산다. 자신의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윤종신은 일부러 고독하고 외롭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다고 한다. 그게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더욱 깊어지게 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한국에서 전화 온 친구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윤종신 정말 멋있다면서 이야기를 하자 친구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야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이 많을 테니까."


물론, 윤종신은 평범한 직장인보다는 훨씬 더 모아논 돈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더 가지려고 하지 내려놓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았기에, 그의 결정이 더욱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인기가 한순간에 왔다 훅 가는 연예계에서. 잊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곳에서. 저렇게 잠시 내려놓고 사라질 수 있는 것. 그건 꼭 돈이 있어서, 인기가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늘어놓자 그녀는 그래도 온전히 수긍하지 못한 다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자신이 있나 보지~"


친구는 자신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걸 절실함이라고 바꿔 표현하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라는 절실함. 음악을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다는 절실함. 그가 라디오 스타 마지막 편에서 불렀던 노래 '늦바람'의 가사처럼, 조금 더 찾고, 조금 더 꿈꾸고, 조금 더 멋있어지겠다는 절실함. 그 바람이 비록 늦바람일지라도. '바람 맨 앞에서 숨지 않으려는' 그를 열렬히 그리고 뜨겁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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