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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Oct 03. 2019

언제쯤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일까?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은 말한다.


"마음에는 굳은살도 안 박이나. 맨날 찌르르해요. 그 느낌이 두부를 조각칼로 퍽퍽 떠내는 느낌이에요."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 이 대사를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작은 위로가 되었다. 이제는 그만 상처 입어야지, 아무리 다짐해도. 매번 비슷한 상황과 똑같은 말에 상처 입고 아파하는 나 자신을 보며 충분히 강하지 못한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마음이 너무 약해' 혹은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종종 스치듯 혹은 정면으로 들을 때마다, 나 자신이 하자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곤 했다.


언젠가 '마음에도 굳은살이 있다'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플 때마다 회의가 몰려온다. 정말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이기는 하는 것일까? 이 정도 긁히고 피 흘렸으면, 마음이 두부가 아니라 돌이 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마음은 단단하게 굳어지기는커녕 바늘을 갖다 대기만 해도 펑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터져버릴 풍선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물론 굳은살이 배기지 않아서 줄 수 있는 마음도 있다. 마음을 도려내는 느낌이 뭔지 너무도 잘 알다 보니, 다른 이에게 상처 주는 것을 피하려고 나름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나에게 상처가 되었던 행동과 말들은 남에게 안 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있겠지만.


가끔 조언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를 먼저 보호해야지." 그중 한 친구는 자신에게 지속해서 깊은 상처를 주는 이들과 모두 인연을 끊었다. 그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건 너무 슬프지 않아?" 그러자 그녀는 말했다. "뭐가 슬퍼? 나도 다 해봤어." 냉정하고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깊숙하게 박인 마음의 굳은살이 느껴졌다. 마음에 굳은살이 배기면, 그때는 정말 마음을 보호할 수 있을까.  


나는 오랫동안 발에 굳은살이 있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있다. 굳은살은 여간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도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같은 자리에 굳은살이 생겨나고는 한다. 너무 힘들 때는 언제쯤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일까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마음도 발처럼 한번 굳은살이 생기면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딱딱하게 굳은 마음이 아닌 물컹하고 푹신한. 힘들 때 앉아서 조금 쉬다 갈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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